존재의 존중
버트 헬링거 지음, 박이호 옮김 / 고요아침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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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세우기 치료. 여기에 관심이 많다. 가족 세우기 치료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면 책이 몇 권이 나온다.  아직 다 읽어보지 못했으나, 가족 세우기 치료에 대해서 두세 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

 

감탄을 하면서도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동양에서 말하는 영혼, 기와 같은 것이 서양의 학자들에게도 받아들여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내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하고, 여기에 나오는 것처럼, 내 가족의 문제에 있어서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해서 인정하는 연습을 하기도 하고...

 

하여 가족 세우기를 처음으로 실시한 사람, 버트 헬링거의 책이 나와 있음을 보고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그는 가족 세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등등에 대해서 가장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 책은 가족 세우기에 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던 사람이 헬링거와 이야기하면서 또 가족 세우기 치료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더욱 가족 세우기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대와 같이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이제는 대가족을 찾기 힘든 시대에서도 가족 세우기 는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가족세우기가 꼭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하지는 않으니, 가족 세우기에서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가족 세우기에서 정말로 중요한 공간은 바로 가족이라는 영혼의 공간이다. 그 영혼의 장에 자신들 가족을 제대로 위치시킨다면 어느 정도 가족 세우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영혼의 장... 보이지 않는 장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는.

 

마치 우리가 운명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에서 그는 운명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운명은 물의 흐름과 같아서 우리가 막거나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그것을 단지 바라보고, 그 흐름에 우리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 운명의 흐름 속에서 가족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가족 구성원 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당대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후대를 통하여 반드시 나타난다고 하니, 과학적으로 하면 '후생유전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혼의 장에서는 그 흐름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영혼의 장이 존재하고, 그 영혼의 장에서 가족은 구성원들끼리 몇 세대에 걸쳐 강한 관계로 맺어져 있기에 그런 관계의 끈을 부정한다고 해서 끈이 없다고 부정한다고 해서 벗어나지는 못한다고 한다.

 

벗어나지 못함. 운명이라는 끈으로 엮여있는 가족은 그래서 그 관계를, 그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한다. 하여 이 책의 제목이 "존재의 존중"이다.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아무리 내게 피해를 준 사람이라도, 특히 근친상간이나 강간과 같이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죄와 존재의 인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해서, 그 죄를 용서해서는 안되지만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존재를 인정하고, 그 존재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준다면 그 곳에서 치유는 시작된다고 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론에 대해서 원론적으로 자신의 가족치료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지만 가족 세우기는 병을 완치시키는 기술이 아니라고 한다. 가족 세우기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바라봄을 통하여 자신에게 얽혀 있는 관계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며, 가족 세우기를 통하여 자신의 영혼이 더욱 힘있게 변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러니 가족 세우기 치료에서 가족 세우기를, 즉 가족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하고 제 자리를 잡아주기만 한다면 우선 우리의 영혼은 짐을 벗어던지고, 더 강해진 영혼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가족끼리도  좀더 마음 편한 상태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가족이 이렇게 제대로 가족 세우기를 한다면 사회문제는 자연스레 방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동양에서 말하는 제 직분에 충실한 삶. 제 존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하고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서도 자신이 자리잡아야 할 정당한 위치가 있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으로, 보수적으로 들릴 수가 있는데, 사실 진보든, 보수든, 그에 걸맞은 자리는 있고, 그에 합당한 역할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 자신의 자리는 곧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떠나 정당한 자기 자리라는 생각, 정당한 자신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굳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면 우리의 영혼 역시 특별한 존재이기에, 그러한 영혼이 어떤 관계맺음을 하고 있는지, 영혼의 장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지, 우리들의 자리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혹 잘못 자리 지워지지는 않았는지, 배제된 사람은 없는지 생각을 하다보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또 가족이 비록 한 공간에서 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말한다. 좋음의 기준에 대해서.

 

좋음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주거나 고통을 완화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자제할 때 즉,  다른 사람에게 간섭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더 좋아지는 것을 봅니다. 좋은 행위뿐만 아니라 좋은 행위를 하지 않음도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239쪽.

 

가치 판단을 보류하고 우선 존재에 대한 인정 그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존재에 대해서 무시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연습. 그것이 가족 세우기 치료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 세우기가 제대로 된 다음에 사회로 확장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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