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에서 카프카로 모리스 블랑쇼 선집 11
모리스 블랑쇼 지음, 이달승 옮김 / 그린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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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발음을 해보면 참 강한 발음이 나온다. 이름에 거센소리가 이렇게 연달아 있을 수도 있다니.

 

그의 이름 만큼이나 삶도 참으로 강렬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에 살고 문학에 죽으려 했던 사람이었으니.

 

그는 늘 고독 속으로 들어가려 했고, 그 고독 속에서 글을 쓰려 했다. 글이 쓰여지지 않았을 때 더한 고독으로 들어갔으며, 반대로 글이 쓰여졌더라도 고독 속으로 들어갔다. 하여 그는 지하실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했다.

 

지하실.

 

무언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 그곳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카프카는 그곳에서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또 남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그런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치고 그는 결코 지하실로 들어가지 못했으니, 그가 지니고 있었던 생활이라는 짐이 그를 늘 지상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의 문학과는 반대로 그는 법과 관련된 그것도 보험과 관련된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문학과 생화의 불일치가 그를 더욱 고독으로 몰아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고독이 그를 경계인으로 살게 했고, 그의 작품도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양 쪽에 걸쳐 있는 그런 느낌을 주고, 또 그의 작품은 어쩌면 이곳과 저곳을 넘나들 수 있는 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이긴 한데 잘 보이는 문이 아니라 감춰진 문. 그래서 공들여 찾아야만 하는 문. 그것이 그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프랑스 학자인 모리스 블랑쇼가 카프카에 대해 쓴 이 책은 카프카에 대해서 여러 면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아마도 카프카 작품을 읽은 사람을 전제로 쓴 듯한 느낌을 주는 글인데, 그만큼 글 내용이 쉽지 않다.

 

물론 카프카 본인이 쉽지 않은 인물이고 그의 작품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니, 카프카 작품의 주석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역시 난해한 것이 정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프카가 자기만족을 위해서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또는 자기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편으로 자신의 죽음을 나타내는 글쓰기에 사력을 다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카프카에 관한 책들은 좀 쉬웠으면 좋겠다.

 

카프카 소설을 읽어도 난해해서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카프카에 대해서 설명을 한 책조차도 이렇게 어렵다니... 도대체... 카프카 문학을 전공한 사람만 이런 책을 읽으란 말인지...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카프카의 "변신" 정도는 배우지 않나, 또 좀더 나아가면 "성"아나 "소송"정도를 읽는 학생들도 나오는데, 정작 카프카에 대한 책들은 어렵기 그지 없으니,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가 이토록 어려워야 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 카프카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그의 전집을 읽은 다음에 이 책을 읽으면 블랑쇼의 이 책 내용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들어오기는 할 것 같다.

 

카프카.

 

그는 이름만큼이나 매혹적인 사람이다. 그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 그에 대해서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음에, 이 책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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