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빗자루로 맞은 날
박일환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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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어린이 시라고 한다. 어른들이 읽는 시와는 다르다는 생각들을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데...

 

옛날 우리 조상들은 아이들 시와 어른들 시를 구분했을까? 그냥 시 아니었을까? 아이가 쓴 시치고는 제법이구나 하고 칭찬을 하지 않았던가.

 

언제부턴가 시와 동시가 구분이 되었는데... 이는 시를 누구나 쓸 수 있고, 또 쓰는 활동에서 전문적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행위로 구분하기 시작하고부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구분으로 인해 동시는 어른들에게서 멀어졌고, 시는 아이들에게서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어른들이 동시를 읽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고, 덩달아 아이들 역시 시는커녕 동시조차도 잘 읽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시대는 시와는 멀어진 시대가 되었고, 시와 멀어진 만큼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각박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각박해진 시대, 시와 동시가 어른과 아이들에게서 동시에 멀어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시집과 동시집은 많이 나오고 있다. 시대가 이럼에도 시집, 동시집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이들이 반드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고, 사람들이 이들을 읽으면 좋은 이유가 있기 때문일텐데...

 

그렇다면 어른들이 동시를 읽으면 무엇이 좋을까?

 

우선 그들은 그들이 잠시 잊고 또는 잃고 있었던 마음을 되찾을 수가 있다. 구두쇠의 대명사로 알려진 스크루지가 어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점점 찾아가듯이, 동시는 어른들에게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지금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하고...

 

가령 이 동시집에 나온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를 보자.

 

엄마 차 타고 가는데 / 갑자기 / 택시가 옆에서 끼어들자 / 엄마가 욕을 했다.

나도 옆에서 / 한마디 거들었더니 / 엄마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말 하면 못 써. / 어른에게 저 새끼가 뭐야?"

시무룩한 표정으로 / "저 택시라고 한 건데……."

순간, /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

 

박일환,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 창비. 2013년 초판. 36쪽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 전문

 

각박해진 시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교통질서. 이런 상황에서 욕이 쉽게 나오는 어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여기에 아이가 한 말이 욕으로 들리는 상황까지. 이런 모습이 동시에 거침없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동시를 읽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내 상황으로 인해 아이들의 말을 잘못 듣지 않았나. 이런 경우가 아이들의 말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내 상황에 맞게 듣지는 않았던가. 그런 성찰을 할 수 있다.

 

하여 동시는 어른들에게도 읽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어떤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왜 동시를 읽어야 할까?

 

동시를 읽으면 동시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말의 울림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말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울림을 주는지, 이 동시집에 나와 있는 '콩새'의 부분을 읽어 보자.

 

콩알처럼 동글동글한

콩새는

콩을 좋아해.

 

 

박일환,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 창비. 2013년 초판. 20쪽 '콩새' 1,2연

 

말이 울림이 참 좋지 않은가. 이런 말 울림들이 이 동시집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말이 얼마나 부드럽고 아름다운지, 그냥 일상에서 아이들이 쓰는 말을 썼을 뿐인데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동시를 읽으면 주변을 자세히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동시를 읽다보면 어? 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 상황이 이렇게도 보일 수 있다는 것.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창의성, 창의성 하는 시대에,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지녀야 할 자세가 무언가를 자세히 보는 습관인데, 동시는 이런 습관을 자연스레 지니게 해줄 수 있다.

 

여기에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추게 해주니, 동시는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에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창의성을 한꺼번에 갖추게 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 된다.

 

여기에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자세까지 갖추게 되니, 일석삼조의 효과, 아이 그 이상의 효과를 주는 것이 바로 동시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자세와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동시 한 편.

 

고드름 눈물

 

밤새 거꾸로 자라던 / 고드름.

 

힘겹게 매달려 있는 게 / 억울했던지

 

해님이 나타나자 / 눈물을 흘리네.

 

똑-

똑-

똑-

고드름 눈물 / 떨어질 때마다

 

네 마음 다 안다는 듯 / 말없이 받아안은 / 처마 밑 / 움푹 파인 자리가 / 일렬로 다정하네.

 

박일환, 엄마 얼굴이 빨개졌다. 창비. 2013년 초판. 94-95쪽

 

이런 시들이,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시들이 이 시집에 수두룩하다.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는 동시들이.

 

이런 동시를 읽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많은 세상...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는 세상일 것이다.

그런 세상...우리가 바라는 세상 아니던가.

 

시를 읽자. 동시를 읽자.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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