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학교 - 밥상의 안전부터 에너지 대안까지 방사능 시대에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익중 외 지음 / 반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유행하는 말은 '00마피아'다. 해피아라든가, 관피아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도와 하나의 권력집단이 되어 있다. 

 

사실 마피아란 말이 일본의 야쿠자나 우리나라의 조폭처럼 안 좋은 말이지 않은가. 이 말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그런 말이 지금 우리 사회에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비도덕적 집단이 우리 사회에도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다.

 

해피아든 관피아든 척결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는 틀림없는데, 우리가 잘 모르는 집단으로(또는 알면서도 넘어가는 집단으로) 원자력마피아(정확한 용어로 하면 핵마피아가 될 터인데,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원자력이란 말로 잘 알려져 있으니 원자력마피아라고 해도 될듯)가 있다.

 

정확한 용어에 대해서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최무영 교수의 다음 글을 참조하면 될 듯하다.

 

  흔히 원자력발전소라는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 원자력이란 완전히 잘못된 말입니다. 핵에너지는 원자력이 아닙니다. 원자력이란 원자끼리 작용하는 힘을 가리키는데, 극서은 본질적으로 전자기력입니다. 원자의 주위에 전자가 있는데, 이 전자와 원자핵 사이의 힘이 바로 전자기력이지요. 그런데 핵에너지와 관련된 힘은 전자기력이 아니라 핵력, 즉 강상호작용입니다. 원자의 가운데에 있는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들을 강하게 묶는 힘이 핵력이지요. 다시 강조하면 핵에너지는 원자핵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핵과 원자는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에너지와 힘도 다른 양입니다. 원자력은 원자 사이의 힘이라는 뜻이지 에너지가 아니고, 핵발전은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지 원자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원자력이란 말은 핵에너지로 바꿔 써야 합니다. 원자력발전도 핵발전으로 바꿔야 하고요. (최무영. 142-143쪽)

 

이렇듯 핵마피아는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집단을 일컫는 말인데, 워낙 핵발전이 전문적인 일이라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게 일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들은 나름 전문가집단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들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했음에도 경각심을 가지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이런 큰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일본의 핵발전소와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다르다고 오히려 일본의 일을 기회로 우리 원전을 수출해야 한다고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원전을 더욱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게도 되었으니 이들의 힘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로 인해서 일어난 엄청난 홍보, 그리고 핵발전소가 아닌 원자력발전소로 알고 있는 잘못된 이름, 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발전이라는 허상 등으로 인해서 우리나라는 핵발전이 중단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대한 경각심도 덜한 편이다.

 

이 책에서 말한 핵발전의 관성을 없애기 위한 역돌출부가 필요한데, 그러한 역돌출부는 시민들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시민들이 핵발전에 대한 반대운동에 광범위하게 나서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앙집권된 에너지정책과 엄청난 핵홍보, 그리고 미약한 반핵 또는 탈핵 시민운동으로 인해서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 밀집도가 높은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핵발전소의 20킬로미터 이내에 300만 명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인데도 이렇듯 핵발전에 대한 통제가 미미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위험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이대로 넘어가야 할까? 정부를 믿고 핵관련자들을 믿고 우리가 이 생활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도 우습다. 핵발전은 분명 우리에게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재앙이 되는데, 우리 때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엄청난 처리비용과 사고 위험을 물려주게 되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단 말인가? 또 당장 우리에게도 엄청난 사고 위험의 부담을 느끼게 하고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반핵, 탈핵 운동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다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러한 홍보 부족. 이를 메우기 위해서 탈핵학교를 진행했다고 한다.

 

핵의 위험성에 대해서 알리고 대안이 있음을 알리는 학교. 그러한 학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핵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사능은 생명체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한다면 방사능을 제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자연이 아니라 핵발전이라는 사실은 명확하기에 핵발전은 반생명적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반생명적인 기술을 우리가 유지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출발하면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의료기술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몸이 조금만 안 좋아도 병원에 간다. 특히나 전국민이 몇 년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는다. 이 정기검진의 필수항목으로 엑스레이 촬영이 있다.

 

가장 약하게 하는 사람이 흉부촬영만 하는데, 좀 있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방사선 검사를 여러가지 한다. 그것들을 할 때 방사능에 피폭된다는 의식없이.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방사능에 대해서 무지했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생명을 죽이는 검사를 받는다. 역설이다. 그런데도 이것들이 더 확대되고 있다.

 

의사들, 학자들 이런 점에 대해서 알려야 한다. 한 때 비행기를 타도 방사능에 노출이 된다고 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방사능에 노출되고 피폭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으로 병원에 가서 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는 현실이라니..

 

이 책의 첫부분이 바로 의료기관에서 피폭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다음에는 먹을거리. 이렇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시작해 조금 전문적인 분야로 들어가는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핵'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서 알게 된다.

 

사실 알아야 이길 수 있다고... 핵과 관련된 진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학교가 많이 필요하다. 공교육기관에서 핵에 관련된 진실을 얻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교육에는 정말로 많은 00마피아들이 관련되어 있다. 아주 강고한 집단들이 얽히고 설켜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 매듭을 한 칼에 잘라버렸듯이 자르지 않으면 교육에 얽힌 00마피아들을 없애기는 어렵다), 공교육 밖의 단체에서 이런 활동들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홍보가 되어야 한다. 이미 알고 있거나 의식있는 사람들만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고 있던 사람들, 대충 알고 있던 사람들, 아니면 핵발전에 찬성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탈핵학교 같은 곳에 가야 한다. 가서 듣고 토론해야 한다.

 

이런 토론을 통해서 시민들의 의식이 고양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의식만 바뀌어서는 안된다. 의식과 더불어 행동이 변하지 않으면 찻잔 속의 폭풍에 불과하다.

 

내 생활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우리네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내 생활이 전기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다른 폐기물들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고칠 수 있는 것부터 고치는 생활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것이 이런 탈핵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것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상상력" 바로 이것을 지녀야 한다고. 이 상상력은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실을 제대로 읽는 능력이다. 내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나와 다른 사람, 또 인간과 자연, 지구와 우주 등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이런 상상력을 우리는 성찰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을 지녀야 한다. 내 삶 속에 매몰되어 버리지 말고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를 지녀야 함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핵에 대한 모든 것. 우리의 삶이 정말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또 윤리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탈핵학교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