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박일환 지음 / 우리학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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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이름만 들으면 남잔지 여잔지 헷갈린다. 잘 몰랐던 시절에는 그의 시를 읽고 또 이름을 보고 여자네 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아이들도 김소월이라는 이름과 '진달래꽃'이라는 시만 주고서 남잔지 여잔지 생각해 보라고 하면 여자라고 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소월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김소월에 대해서 배우면서 그의 본명이 '정식'이라고 하면 '아, 남자구나!'하게 된다.

 

그래도 김소월은 김정식이라는 이름을 묻히게 했고, 우리는 그를 김소월로 기억하고, 그의 '진달래꽃'은 우리나라 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 순위를 매긴다면 윤동주의 '서시'와 더불어 1,2위를 다투는 시일 것이다.

 

이렇게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김소월 개인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시인이구나 일찍 죽었구나 하고 말뿐이다.

 

하지만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은 그의 작품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를 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문학작품은 작가의 경험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고 김소월의 삶과 시에 대해 조금이라도 잘 알게 되었다면 다행이에요.(195쪽)

 

김소월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그의 시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작품이 단지 '한'을 다룬 것이 아니라는 점, 단지 사랑타령의 시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의 시에는 민족의 아픔과 현실을 노래한 시들도 많다는 점... 그가 나름대로 철저한 민족의식을 지니고 살았다는 점 등등을 말할 수 있게 된다.

 

하여 이 책은 김소월의 생애를 작품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냥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김소월에 대해서 많은 자료들을, 특히 김소월의 숙모가 쓴 글을 토대로 내용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여 청소년들이 읽기 쉬운 어투를 선택해서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나가게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정신이상,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간호때문에 김소월에게 정성을 쏟을 수가 없었고, 이 자리를 숙모가 대신했다는 사실. 돈을 많이 번 할아버지는 민족의식이 없어서 김소월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그가 오산학교에 다녀서 민족의식이 깨우쳐졌다는 것. 존경하는 조만식 선생에게 바치는 시 '제이 엠 에스'를 쓰기도 하고... 일본 유학을 갔으나 관동대진재로 인해 공부를 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

 

그리고 문단에 데뷔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이야기, 기껏 어울려야 스승인 김억과 동년배인 나도향과 어울렸는데... 나도향이 요절하는 바람에 충격을 많이 받았을 거란 이야기.

 

20년대에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지만 30년대에는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고, 일제의 감시를 많이 받았다는 점 등이 소상하게 설명되어 있다.

 

김소월에 관해서 논란이 되었던 많은 점들을 짚어보면서... 최근의 성과들을 수용하여 정리해주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결코 현학적이지 않게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게 써내려 갔다는 점이 더 큰 장점일테고.

 

책의 끝부분에 김소월에 관한 여러 생각거리를 제공해주어서 청소년들이 김소월의 작품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해 보게 했다는 점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은 교과서에서 질릴 정도로 들었던 김소월. 글쓴이의 말처럼 그의 삶을 안다면 그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김소월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글

 

정말 소소한 오타다. 책을 읽은 사람이면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런 년도는 조심해야 한다.

1932년 12월 23일 밤에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 자리에 누운 소월이 다음 날 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 (185쪽) --> 소월의 죽음은 1934년으로 나와 있으니... 이런 오타는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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