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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ㅣ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평점 :
세상은 이야기가 지배한다. 단순한 구조의,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는, 짧은 이야기들, 교훈적인 우화들과 가슴을 적시는 수많은 미담들, 그 이야기들은 너무 쉽게 기억되고 매우 넓게 적용되며 아주 그럴싸해서 끊임없이 세상을 떠돌며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바라보는 강력한 관점을 제공한다. (6쪽. 작가의 말에서)
이 말이면 된다. 이야기는 결국 우리 삶이다. 우리 삶이 풍부할수록 이야기 역시 풍부해진다. 풍부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삶을 발견하게 되고, 그 다양한 삶 속에서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효과가 큰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다. 짧지만 강력한 의미를 내뿜는 이야기. 그것도 무언가 비유가 있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전달이 되고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남는다.
짧은 이야기, 그 중에서 우화는 생명력이 길다. 고대의 이야기인 이솝 우화가 아직도 우리에게 살아남아 삶의 의미를 전해주듯이, 우화는 삶 곳곳에서 살아남아 있다.
그런데 제목이 "지금은 없는 이야기"이다. '지금은 없는'이라는 말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니 예전에는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과거나 미래에는 존재할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그러나 존재할 것 같은 이야기... 이 책에 나오는 우화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야기의 결과는 암울하다. 강자에게 당하는 약자들이 이야기, 다양성을 살리지 못해 결국 자신을 잃어가는 이야기... 등등.
좋은 말, 긍정의 심리학이 넘쳐나고 힐링이 유행하는 이 시기에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세상은 그렇게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그것이 지금은 없지만 미래에는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 사회는 이래 하는 것이 아니라, 우화의 형식을 통해서 넌지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런 생각의 힘이 미래에 나올 이야기를 미리 막을 수 있게 한다.
만화 형식과 짧은 이야기의 형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 하나하나의 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조심하라고... 어쩌면 지금 이것이 우리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