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상처 - 고단한 교사들을 위한 치유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교사들의 위치를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교사는 성직자인가, 전문가인가, 노동자인가? 참 쉽지 않은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은 교사들을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로써 작동했지만, 그 자리들은 교사들이 자리할 수 있는 세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직자라고 하면 무한한 희생을 담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우선 하게 되는데, 이는 성직자들을 '상처받은 치유자'라고 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치유하지만, 그 자신 역시 상처받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 그 상처로 인해 오히려 남들을 더 잘 치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상처받은 치유자'의 역할이다. 이 때 상처받은 치유자의 상처는 멋진 옹이가 되어 아름다운 무늬로 나타나게 된다.

 

교사들도 이러한 성직자처럼 무한한 애정을 지니고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전존재를 걸고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기고 하지만, 이들은 이 상처받음으로인해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를 자신의 몸에 껴안고 함께 가려고 한다. 이런 교사들에게 아이들의 상처는 교사의 상처로, 그 상처가 바로 옹이가 되어 아름다운 무늬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교사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있다.

 

그러나 모든 교사가 이러한 성직자처럼 지낼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모습만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교사에게 성직자로서의 역할만을 기대한다면 교사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옹이로 만들기 전에 그 상처에 중독되어 쓰러질 것이다.

 

다음에는 전문가로서의 교사. 교사는 전문가다. 최소한 자신이 가르치는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요즘처럼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전문가가 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남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전문가는 쉽게 상처를 받는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그 때 받은 상처는 옹이가 되기 전에 곪아버리고 만다. 곪아서 결국 터져버린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사들, 이렇게 자신이 전문가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받은 상처로 인해 곪아서 터진 커다란 상처, 어쩌면 회복불가능한 상처를 안고 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많고, 학교를 떠나버리고 싶어하는 교사들이 많다. 아니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냥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런 교사들로 변해버린 교사들이 많다. 이게 오늘 우리가 처한 우리나라 교사들의 현실이다.

 

교사들을 전문가로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현실. 그럼에도 교사들에게는 전문가 이상의 성직자로서의 태도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니 교사들은 이래저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처를 받고 있는 교사들, 그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간다. 그래서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상처를 받게 된다.

 

마지막은 노동자로서의 교사.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교사의 위상이 바로 노동자일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노동자가 아닌가.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노동자 아닌가. 교사의 수업도, 다른 업무도 모두 노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상하게도 노동자라는 개념을 잘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교사들이 노동자라고 하면, 그 순간 그 언어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서 더 많은 상처를 주는 말들과 행위들을 만나게 된다.

 

참으로 교사들은 어떤 자리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든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사들이 언제까지 상처만 받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상처를 극복해야만 교사도 학생도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교사와 학생이 행복하다면 자연스레 학부모가 행복해지고, 소위 말하는 학교의 3주체가 행복하다면 우리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여기서 교사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간단히 말하라면 교사들은 자신의 상처를 감추어서는 안된다. 적극적으로 상처를 드러내라다.

 

즉, 교사들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하고 그것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번민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한 순간이 바로 그가 "Who am I?"라고 질문하는 순간이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하고 '나는 장발장이다'라고 외치는 순간 자신의 상처에서 벗어난다. 상처가 옹이가 되어 무늬가 되는 순간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누구인가라고 묻지 말고,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바로 자신의 위치를 찾는 일. 그 다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야만 하는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면 된다.

 

이런 구분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하는데 혼자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동료 교사들과 함께,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할 생각을 하면 된다.

 

생각에서 행동으로 나아가면 된다. 우리는 생각이 행동을 바꾸지만, 행동 역시 생각을 바꾼다. 그렇기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교사들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하면 교사 역시 행복해지고, 교사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지면 사회도 행복해진다.

 

엠마 골드만이었던가, '내가 춤추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이.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 교육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땅에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교사, 아이들에게서, 학부모에게서, 교육관료에게서, 이 나라 현실에게서 상처를 받고 있지만, 이 상처를 옹이로 만들어야 한다. 옹이가 무늬가 되어 우리 교육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으라고... 자신들의 행복을 찾으라고. 행복에는 정답이 없으니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지 그것부터 생각해 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미를 찾으라고.. 빅터 프랭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으면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다.

 

상처받은 교사들... 그 상처를 감추려 하지 마라. 그 상처는 교육을 아름답게 만드는 무늬가 되는 옹이다. 교사의 상처가 옹이가 되어 교육의 멋진 무늬가 되게 하자.

 

이 책은 이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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