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유 - 실천하는 교사,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함영기 지음 / 바로세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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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이 말이 정답이다.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환경이 바뀌어도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존재는 교사다.

 

교사들의 질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옛부터 스승에 의해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많았듯이, 교사들은 지금도 학생들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요즘은 교사의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도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교사다.

 

그런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교육정책가이다. 교육정책가들이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존재가 바로 민주시민들이고. 그냥 시민들이라고 하지 않고 민주라는 붙인 이유는, 민주란 자신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 세금만 잘 내면 되지라는 생각을 지닌 시민들이 아니라,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이기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고, 제대로 운영하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는 시민들, 그들이 바로 민주시민이고, 이런 민주시민들이 깨어 있는 눈으로 교육정책가들을 바라볼 때 학교 교육은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사들의 질은 어떤가?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교사들의 경제적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지는 편이 아니라 다른 나라보다도 경제적인 대우는 높다고 한다. 물론 절대적인 금액에서 하는 말이지만, 지금 교사들의 급여수준은 다른 직장에 비해 그리 낮지는 않다.

 

초임교사들의 월급이 적고, 경력교사들의 월급이 많아서 평균이 높게 나왔다고 하는데... 이런 월급체계는 어쩌면 교직의 안정성에 기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계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더 안정감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이런 경제적 수준 말고 교사의 수업 능력은? 우리나라 교사들은 치열한 임용고시를 통하여(임용고사라고 하나, 다른 고시만큼 치열하다고 해서 고시라고도 한다) 임용이 되기 때문에 교사들의 지적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들은 대학 내내 공부하고, 이런 공부를 바탕으로 시험을 통과한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나라 교사들에 비해 우리나라 교사들이 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적능력과 수업능력이 일치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옛날처럼 제자가 몇 안되는 시대에 스승은 지적능력만으로도 뛰어난 수업을 할 수 있었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옛날과 비교하면 옛날엔 제자들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스스로 스승을 찾아 나섰다. 그렇기 때문에 스승의 가르침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자는 스승에게서 어떻게든 배워냈기 때문인데... 단지 지식만이 아니라 삶 자체를 배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배우고자 해서 스승을 찾아온 제자들은 없다. 그냥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가라고 하니까, 부모들이 가라고 하니까,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유리하다고 하니까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스스로 배우고자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어 최단시간 내에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가르쳐주길 바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교사의 수업능력이 뛰어나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 교육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이건 절대로 자랑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한다) 사교육에서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그 점을 짚어내고 있다. 무언가 산출을 기대하는 교육제도 아래에서는 단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하는 사교육식의 교육이 판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의 수업능력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고, 이것은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교사들의 수업능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교사들은 교육의 목적에 맞게 수업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 여러 수업사례들이 발표가 되고 자신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고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을 한다.

 

교사들은 흔히 말한다. 교사가 기분이 좋을 때가 언제인가 하면 수업이 잘되었다고 느낄 때... 그 때 뿌듯한 마음으로 교실을 나선다고... 수업이 잘 되지 않았을 때는 엄청난 자괴감을 느낀다고...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의 수업에 대해 생각하는 교사들, 이들의 수업능력이 떨어질 리가 없다.

 

그럼에도 교육청, 교육부에서는 교사들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수를 시켜야 한다고 한다. 어떤 능력... 그것이 수업능력이라는데, 수업능력이 어떻게 수치화될 수 있는지... 교육의 효과가 한 해 한 수업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 효과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기까지 살펴본 바를 이 책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우리나라 교사들의 질은 결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교육은 형편없다는 인식이 팽배할까? 교사의 질이 높다면서 교육의 질은 낮다고 여겨지는 이 역설은 무엇일까?

 

답은 이 책에 있다. 교사의 질이 아무리 높아도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라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가 없다.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무슨 자율권이 있는가? 자기가 가르친 내용을 자기 식으로 평가할 수도 없는 교사들이 어떻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르치는 방식은 다 달라도 평가방식은 다 똑같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떻게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지, 오히려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지금은 혁신학교다 뭐다 해서 많은 시도들이 있고, 또 평가에서도 자율성을 발휘하려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교사의 자율권 확보는 요원하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전권을 쥐고 있는 존재는 바로 교장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노력하고 학교 문화를 바꾸어가려고 해도 교장이 반대하면 모든 것이 허물어진다. 도저히 변화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 여기에 지금의 교장 임용제도를 보면 도대체 수업에서 자율성을 발휘하는 교사들이 교장이 될 수가 없다.

 

오로지 주어진 일에만 열심인 교사, 자신의 점수 관리만을 잘한 교사, 수업보다는 행정업무에 능숙한 교사, 이들이 주로 교장이 된다. 그리고 이들이 교장이 되었을 때 수업에 열심이고, 학생들과 잘 어울리며 학생지도를 잘하는 교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자신들과 비슷한 길을 가는 교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중심으로 교장은 또 학교를 운영한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수업능력을 키우는 교사,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는 교사, 행정업무보다는 학생들과 어울리기를 원하는 교사는 학교에서 제대로 인정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학교의 변화없음에 좌절한다.

 

이런 교육의 현실이, 학교의 적나라한 모습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지금 교육은 문제가 많다고 그 문제점들을 한 번 짚어보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이 책을 시작한 지은이는 책을 쓰면서 정말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제안"을 담고 있다. 이 제안들 귀 기울일 만한데... 나는 무엇보다도 교장임용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교장을 그냥 하나의 보직으로 만드는, 그래서 교장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교사가 되어야 하는), 또 교사들에게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고 있지만... 교육청... 소위 본청이라고 하는 광역시도 교육청 하나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없애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은 '교육지원청'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교육을 지원하지 않고 통제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이며,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역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지원청"이면 이들이 다른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교사들은 수업 이외에는 신경쓰지 않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들이 교사들을 오라가라, 이것 내라 저것 내라 하면서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세 가지 정도만 이루어져도 교육은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일텐데... 하는 생각.

 

오랫만에 교육에 관한 책으로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을 읽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교육의 바꾸려면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마지막 제안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제도라면 교사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테니.. 교육의 질은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발 교육정책가들 이런 책을 읽기 바란다. 또 깨어있는 시민들도...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적어도 교육에 관한 이런 책은 읽어야 한다.

 

이 책에 나온 몇 구절을 결론 삼아 맺는다.

 

  나는 주장한다. 전문성 향상을 구실로 업무와 수업, 생활지도에 지친 교사들을 내몰아 소진시키지 말고 그들에게 충분한 여유를 주어서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누게 하라. 좋은 책과 좋은 경험, 풍부한 사유로 교사의 안목과 통찰력을 높이게 하는 것, 그래서 깊은 안목과 통찰력으로 아이들과 만남이 이루어지게 돕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요구되는 교사전문성의 핵심이다. (이 책 111쪽)

 

  수업이란 교실 안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으로 어떤 기준을 향해 내달리는 무지한 행위가 아닌 역동적이고 예술적이며, 독특하고 신비로운 경험을 연속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럴 때만 지식은 학습자에게 내면화된다.

지적 호기심에 충만한 교사와 학생이 눈빛과 눈빛이 만나고 숨결과 숨결이 만나 섞이고 쌓이면서 화음을 만들어 가는 수업에 무슨 기준이 필요하고, 지표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 책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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