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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의 힘 - 아이의 학력, 인성, 재능을 키워주는
박찬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얼핏 제목을 보면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떠오른다.
큰 것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외친 슈마허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으로 작은 것을 추구했다.
이 책의 제목은 "작은 학교의 힘"이다.
무엇을 위한 힘인가? 아이들 성적을 올리기 위한 힘? 아니다.
바로 작은 학교의 힘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다.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는 학교, 그것이 모든 학교의 목표이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아이들은 불행해하고 있다.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인데, 정작 학교 생활을 불행하다고 여기는 상태. 학교가 자신의 존재이유를 배반하고 있는 현실이다.
글쓴이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다. 그는 작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작은 학교의 힘을 몸소 느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왜 작은 학교가 힘을 발휘하는지를 작은 학교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담고 글로 썼다.
큰 학교, 대도시의 학교를 추구하는 학부모들을 답답해 하면서, 정말로 아이들의 행복을 원한다면 아이들을 작은 학교에 보내라고 하고 있다.
작은 학교가 왜 좋은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또 자신이 찾고 연구한 바에 의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책의 1부는 행복하지 않은 학교 현실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갈등을 풀어가지 못하는 모습, 또 자그마한 일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피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미래 또한 밝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런 부정적인 학교의 모습, 아이들의 모습, 학부모의 모습, 그리고 이 속에서 나날이 무능해져가는 교사들의 모습은 정말로 우리 교육이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되나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이런 우려 속에서 지은이는 작은 학교를 이야기한다. 작은 학교들의 기적을. 아니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작은 학교라는 말은 학생수가 적다는 말도 있지만, 다른 말로 하면 적은 숫자로 인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한 학년, 한 학급에서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대도시, 거대 학교의 학생들과는 달리, 이들은 서로를 모두 잘 알고, 교사들 또한 그 학교의 모든 학생들을 알고 지낸다는 얘기는,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가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관계에서 신뢰관계가 싹트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의 성적 위주의 교육을 뛰어넘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해나가기에 작은 학교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막대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2부다. 작은 학교들이 얼마나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그 속에서 교사들도 얼마나 행복해 하고 있는지, 또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 역시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를 너무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가 있다면 작은 학교에 보내고 싶을 정도로.
3부는 2부를 토대로 작은 학교의 모습이 몇몇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학교로 전파될 수 있음을, 전파되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경기도에서 먼저 시도되었던 혁신학교다. 그리고 혁신학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혁신지구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성공 사례가 있다는 것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이는 우리가 이러한 교육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글쓴이는 이렇게 작은 학교처럼 운영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갖춰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는 몰라도 중학교는 30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20명 선으로 줄인다면, 그리고 교사들의 자율권을 대폭 보장해준다면... 교육은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지니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작은 학교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를 이 책의 지은이는 '기다림'이라고 했다. 작은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을 기다리는데 큰 학교의 교사들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 그래서 작은 학교는 이런 기다림을 바탕으로 해서 행복 학교가 될 수 있었다는 것.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 다음은... 정말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된다. 그것이 성적 향상 쪽이건 아니면 다른 족이건 말이다.
자, 이런 기다림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어주면 90퍼센트는 도로 밑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콩나물은 점점 자라난다. 교육도 그렇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별다른 변화 없이 지내는 것 같아도 교사나 학부모가 보내는 작은 신호들은 아이들에게 조금씩 영향을 끼친다. (205쪽)
잠재적 교육과정이라는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의 관심 속에서 무언가 계속 발전해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콩나물도 그런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기다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야 할테고, 작은 학교들이 효율성은 떨어지고 돈만 많이 쓰게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작은 학교야 말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학교라는 생각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곧 다가오는 지방자치 선거. 각 시도교육감도 선출한다. 어떤 교육감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펼치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핀다면, 이 책에서 말한 '작은 학교의 힘'이 전체 우리나라 교육의 힘으로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학급당 학생수를 20명으로, 아니 25명으로 하겠다는 교육감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 정도 학급 인원은 되어야 큰 학교에서도 작은 학교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미 교육 선진국에서는 다 하고 있는 일인데...
덧글
서울에서 교육혁신지구라고 해서 학급당 학생수를 25명으로 유지했던 몇몇 학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특혜를 일부 학교에만 줄 수 없다고 하여 폐지했지만... 그것은 폐지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지역의 학교들도 25명 선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려고 해야 할 정책이었는데... 왜 교육정책이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모두들 교육전문가라고 하는 이 나라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교육학자들이 득시글한 나라에서, 저마나 자신만이 우리나라 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육정책가들이 널려 있는 이 나라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