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교육 -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만남
이상오 지음 / 강현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부제는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인데... 테크놀로지라고 하는 말을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과학기술이라는 의미로 주로 쓰고 있다.

 

과학기술은 고도로 이성적인 능력일 것 같지만 사실 상상력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이 먼저냐 상상력이 먼저냐를 따지기 보다는 둘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듯하다.

 

하여 이 책의 1부에서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사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역사와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관련이 되는지, 그러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핀다.

 

그래서 얼핏 지루한 느낌을 준다. 마치 과학사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러한 과학기술들이 단지 이성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기에 과학과 상상력이 연결이 되는 지점을 찾을 수가 있다.

 

우리가 과학기술을 부정하려 해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듯이 상상력도 우리가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 이러한 상상력의 도움으로 인간은 동물의 수준에서 지혜로운 동물로 상승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살핌으로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2부에서는 이제 상상력과 교육이 어떻게 관련이 되는지를 살피고, 3부에서 구체적인 상상력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상력. 그것은 우리 인간을 한 단계 더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한때는 인간의 능력 중에서 이성의 힘 밑에 놓여 경시된 적도 있었으나, 과학기술이 최고도로 발전하는 지금은 오히려 이러한 상상력이 이성의 힘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애플사를 이끈 스티브 잡스를 들고 있는데, 그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한 사람이고, 그러한 융합을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이끌어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실은?

 

지은이는 부정적이라고 한다. 대학 강단에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교육에서조차도 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의 부족함은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더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오로지 주입식 교육이 판치는 세상에서 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주입식 교육은 전체주의 교육, 독재 교육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독일이 나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해서 나치식 교육을 철저히 분석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듯이, 우리도 일제의 교육유산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제도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있어야 했는데, 산업화에 밀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교육은 상상력이 확대되거나 발휘되는데 걸림돌로 작용을 하고, 지금 창조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이 시대에는 더욱 맞지 않는 교육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은 반성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어야 하기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교육방식을 택해야 하고, 이것이 바로 상상력 교육이라고 한다.

 

상상력 교육은 우리 교육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보고, 즉 블루오션인 것이다. 블루오션은 존재하지 않았던 곳이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않았던 곳이라고 한다면, 이제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은 제시된 셈이다.

 

테크놀로지, 전혀 상상력과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테크놀로지는 결국 인간의 상상이 실현된 결과물이고, 이러한 결과물로 인간의 상상력은 더욱 풍부해진다고 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대상이 아니고, 상상력과 테크놀로지는 함께 가야 하는 융합의 대상인 것이다.

 

이렇게 융합된 교육을 하기 위해 정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입식 교육에서 하루바삐 벗어나는 일이다.

 

아이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심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심심해서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해 내게 해야 한다.

 

학교, 학원,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이 시스템에서는 상상력이 작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상상력이 작동하는 아이는 이 제도에서는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뒤떨어지는 사회는 더이상 발전할 수 없다.

 

상상력.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육제도 안에서 온갖 실험을 해보고 실패도 해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상상력이 살아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시험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아이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조건을 마련해주는 일. 그것이 바로 교육자들이 해야 할 일,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과학사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고, 또 뒷부분은 바슐라르의 이론을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미래 사회에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상상력은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요소이다. 우리 교육에 펼쳐져 있는 블루오션이다. 우리는 그 길로 가야 한다.

 

그걸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은 참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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