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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필화 - 권력의 횡포에 맞선 17건의 필화 사건
한승헌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군사독재 시절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때, 우리나라 인권 상황은 너무도 좋지 않았다.
무슨 일만 하면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온갖 법으로 구속이 되고, 탄압을 받았던 때인데, 이 때 문인들도 자신들이 쓴 작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글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핍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는 양심수라고도 하고, 확신범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바로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광산의 카나리아, 또는 잠수함의 토끼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변호사인데 과연 변호사가 그 시절에 제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에 그래도 명쾌한 빛줄기를 던져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한승헌 변호사이다. 그는 민권변호사로, 인권변호사로 우리나라 인권신장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으며, 문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필화 사건을 겪는 문인들을 온몸으로 변호해주기도 한 사람이다.
그런 활동으로 인해 자신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변호사 자격까지 상실당하는 탄압을 받기도 하지만, 옳다고 생각한 일을 위해서 굽히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법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즉, 법은 시대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변해야 하는데, 오래 전에 제정된 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법이 바뀌어야 함에도 사람을 옭죄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사람을 변호한 변호사라 할 수 있다.
이는 법 구절에 얽매이기 보다는 진리를 찾는 것이 법조인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누가 보아도 잘못된 일이 아닌데, 오히려 칭찬을 받아도 될 일에 국가보안법이라는 엄청난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으리라.
제목이 "권력과 필화"이다. 필화란 자신의 글로 인해서 탄압을 받는 일을 말하는데, 이러한 필화사건의 고전적인 사례가 바로 조선시대 때 '조의제문'이라는 글로 부관참시를 당한 김종직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글은 권력자들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였기에 더 많은 탄압을 받았는데, 이렇게 필화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곧 권력의 몰락이 임박했다는 것을 예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은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는 편이니, 글을 막고 탄압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고, 이렇게 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정현의 '분지', 김지하의 '오적' 그리고 '동백림 사건' 등등. 우리나라 문인들이 겪은 수난은 말로 다할 수 없는데, 그래도 이들에게 한승헌 변호사같은 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많은 사건들이 나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많은 필화사건들 중에 무죄선고를 받은 사건이 별로 없다는 것은 그만큼 반민주세력에게 문인들은 두려운 존재였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권력에 의한 필화사건이 과거의 일로만 기억되길... 그래서 우리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그 일을 환하게 꿰뚫고 있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우리가 '미네르바의 부엉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은 그 당시의 변론문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