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파티아 - 고대 그리스가 사랑한 여인
마르자 드스지엘스카 지음, 이미애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히파티아. 어디선가 한 번 지나가면서 들은 이름이다. 여성학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던 때, 수학,철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고대의 인물이라고 말이다.

 

또 어디선가는 고대 그리스의 종교를 신봉했으며,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해서 기독교 세력과 함께 할 수 없었기에 죽임을 당한 인물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히파티아의 죽음으로 고대 그리스 문화는 종말을 고하고, 이제는 기독교 문화만이 살아남았다는 그런 말을.

 

그 정도의 인물이었는데... 우연히 손에 들게 된 "히파티아"란 책.

 

지금까지의 해석과는 달리 철저한 고증을 통하여 히파티아에 대해서 알려준다고 하기에, 히파티아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그러한지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는 히파티아에 관해서 두 가지 사실이 잘못 알려졌다고 하고 그를 바로잡기 위해서 다양한 문헌들을 인용한다.

 

첫번째 오해는 히파티아가 젊고 매력적인 나이에 죽임을 당했다는 설. 히파티아를 육체적인 존재로 전이시킴으로써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하는데...

 

당시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사람이 싱싱한 매력을 지닌 얼굴과 몸매를 지니고 있었고, 기독교 광신자들이 이를 훼손했다는 말들은 우리의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또 히파티아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효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라는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인정을 받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수많은 제자들까지 두었던 여인, 히파티아가 과연 20대에 그런 일을, 또는 30대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서 의문은 시작되고, 여러 역사서를 고증한 끝에 이 책의 저자는 히파티아가 죽었을 때의 나이는 대략 60세 정도였을 거라고 한다. 그 정도 나이에 이르러 이미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적도 동지도 많은 상태였을 거라는 추론. 하여 이 책에서는 히타피아의 출생년도와 죽었을 때의 년도를 추정하여 확정하고 있는데...

 

355년에 태어나서 415년에 죽었을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향년 60세. 이 정도면 완숙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하고.

 

두번째 오해는 히파티아가 그리스 신앙에 빠져 있었으며, 기독교를 배척했다는 설. 그래서 그리스식 사고와 기독교식 사고를 정면 대립하게 함으로써 히파티아의 죽음은 고대 세계의 종말을 뜻한다고, 즉 알렉산드리아에서 헬레니즘 문화는 히파티아의 죽음과 함께 끝나고 지식은 암흑의 세계로 접어들었다는 설.

 

이 설에 대해 저자는 히파티아 제자의 편지를 통해 히파티아가 기독교를 믿었으리라고 추정한다. 히파티아는 기독교를 배척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를 믿었으며, 단지 다른 종교들을 멀리 한 것이 아니라 종교간의 융화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그의 제자들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주교가 된 제자도 있고, 또 이교도들의 반란에 히파티아는 참여하지 않았음을 보여, 히파티아는 이교도가 아니었음을 추론하고 있다.

 

이교도가 아닌데... 기독교도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의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정치적인 갈등 사이에서 희생을 당한 것이라고 한다. 알렉산드리아 제독과 알렉산드리아 주교 사이의 정치적인 권력 다툼 속에서 히파티아는 제독의 편을 들고, 그것에 위협을 느낀 주교가 히파티아를 이교도가 아닌 마녀로 몰아가고, 당시 마녀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기독교 광신도들에 의해 히파티아가 죽임을 당했을 거라고 말이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의견이다. 이교도 스승에게서 주교가 나올 리는 없을테고, 당시에는 제독과 주교 사이에 권력다툼이 있었을테니, 히파티아 같이 유명세를 탄 사람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한쪽은 동맹자로, 한쪽은 적대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을테니 말이다.

 

이런 두 가지 논점을 가지고 히파티아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책이 이 책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히파티아가 수학에서, 또 철학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는 간략하게 언급하고 넘어가고 있다. 두 분야에서 당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으며, 당시 유명한 수학책을 재해석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저서들을 출간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수학이 히파티아가 재해석한 수학책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등등.

 

히파티아 뒤에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여성들이 나오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사람으로 히파티아는 손꼽을 만하다고... 하여 여성학자들의 계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이제는 바야흐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활약하는 시대가 되었고,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되었는데...그런 스승의 시조로 히파티아가 자리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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