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언어 - 희망의 언어 에스페란토의 고난의 역사 카이로스총서 27
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 갈무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스페란토"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우리나라 차 이름 중에 '에스페로'가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희망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

 

국제어를 표방하는 이 인공언어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에스페란토협회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에스페란토어에 대한 강습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언어의 존재는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에게만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다고나 할까.

 

이 언어를 창시한 사람이 자멘호프라는 사람. 그는 언어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자 했는데... 특정 언어가 지배적인 언어가 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언어를 공통어로 사용한다면 갈등은 그만큼 줄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에서 만든 언어.

 

예외가 없는 언어로 유명한데... 이 언어를 배우려고 시도했다고 시도에서만 그치고 만 나는 아직도 이 언어는 어렵다. 우리나라 언어와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유럽 사람들에게는 이 언어는 그들의 언어를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에 친숙한 언어이고 배우기도 쉬운 언어일텐데...

 

그럼에도 왜 이 언어가 공통어로 자리를 잡지 못했을까?

 

전세계의 민족들이 각 민족들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서로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 즉 인공어인 공통어를 쓴다면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는데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될텐데... 서로의 언어를 존중하며 어느 민족에게도 속하지 않는 언어로 국제 사호에서 이야기한다면 서로가 더 도움이 될텐데...

 

각 나라의 학교에서 공통어로써 에스페란토어를 가르친다면 우리가 너무도 많은 외국어를 배울 필요도 없고, 또 각 나라 고유 언어의 고유한 의미를 몰라서 의사소통이 안 되는 불상사도 막을 수 있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그 이유를 추적해 가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 주석까지 합치면 600쪽이 넘는 엄청난 책이다.

 

평화를 표방한 희망의 언어인 에스페란토어가 어떻게 탄압을 받고 공통어로써의 자리를 잡지 못했는가를 추적하고 있는데... 주로 동유럽과 소련의 경우를 대상으로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서유럽에서는 에스페란토어에 대해서 조직적으로 탄압하지 않았을테고,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동아시아 자료들은 그렇게 많이 있지 않을 것이며(아마도 이 책이 저자인 울리히 린스가 찾기에는), 아메리카 대륙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이유이지 않았을까 하는데...

 

적어도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왜 공통어로써의 에스페란토어를 탄압했을까 하는 의문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추적하고 있으리라 추측이 된다.

 

어느 한 민족의 언어가 지배적인 언어가 되지 않고, 모든 민족이 평등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세계일텐데... 그렇지 않았던 현실은 그들이 추구한 사회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전체주의에 불과했다는 저자의 인식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제적인 공통어는 공산주의 사회로 대표되던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체제에 도전하는 그런 위험한 언어로 낙인이 찍혔을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에스페란토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즉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이런 나라들에서 탄압을 받았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에서는 특정한 언어를 강요할 필요가 없었을테고, 지금은 자본의 힘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나라인 미국의 언어, 영어가 세계 공통어의 역할을 자연스레 하고 있으니 굳이 에스페란토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족의 수가 어마어마한데, 이들이 각자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각 민족의 언어들을 다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이겠는가.

 

지금 유럽연합만 보아도, 그들은 하나의 협정을 맺어도 그것을 유럽 연합 각국의 언어로 다 표기해야 하는데... 이런 일을 에스페란토라는 공통어만 서로 인정한다면 협정문에는 각 민족의 언어 하나와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어 하나, 이렇게 두 개의 언어만으로 기록이 될텐데... 그렇다면 더 경제적이고 더 편리하고 더 의미상 혼란이 없을텐데...

 

이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어쩌면 앞으로가 더 힘들지도 모른다.

 

이 책의 부제가 '희망의 언어 에스페란토의 고난의 역사'이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런 언어는 지배 권력의 탄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힘에 의해서 자연스레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사라지고 있는 민족어들이 많다고 하는데...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처음에 국제연맹에서 에스페란토를 공통어로 만들어 사용하게 하려고 시도했듯이 지금 유엔의 공통어로 '에스페란토'를 지정한다면?

 

정말로 전세계에서 자국의 언어와 그리고 세계 공통어로써 '에스페란토'를 교육한다면, 그리고 외국인끼리는 '에스페란토'로 의사소통을 한다면?

 

그때는 에스페란토는 희망의 언어, 평화의 언어가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일찍이 에스페란토어가 전래가 되었고, 김억같은 경우는 에스페란토어에 대해서 상당히 조예가 깊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지금도 에스페란토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꽤 있고...

 

이런 상상을 해본다. 정말로 각 민족의 언어 하나, 그리고 세계 공통어 하나. 그렇게 되면 적어도 언어 패권주의는 사라질텐데...

 

그런 희망을 이 책에서 발견해야 하지 않을까. 에스페란토가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 언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얘기 아닐까...

 

동유럽, 소련의 역사에서 그렇게 탄압을 받았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에스페란토의 역사를 보면서... 아직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세계 시민단체들이 공통어로 이런 언어를 먼저 사용하면 어떨까?

 

한 번에 제도로 바뀌겠지 하지 말고, 국제적인 시민단체들부터 특정 언어의 헤게모니로부터 벗어나 이렇게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아 누구에게도 속할 수 있는 이런 언어로 소통을 한다면...

 

자멘호프의 꿈이 실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길지만 에스페란토어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