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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택광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 일기를 출간해 놓고 일기가 아니라고 제목을 붙였다. 일기가 내면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글이라면, 일기임에도 일기가 아니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테다.
아마도 일기는 자신만이 보도록 쓰여진 글이라면 바우만의 이 일기는 자기만이 보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글이라는 뜻이리라.
처음 시작에 왜 일기를 쓰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마도 글쓰기는 그에게는 삶 자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삶 자체. 따라서 일기는 그가 세상을 살아간 모습을 기록한 것이고, 이것은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근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기록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그의 일기를 읽으며 사회를 읽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참 많은 문제들이 이 책에 나와 있지만, 이 책에서 그가 다룬 내용들이 다른 책으로 쓰여져 번역되어 나온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바우만의 다른 책 내용들과 함께 읽게 된다. 말 그대로 그의 저작들을 함께 엮으며 읽을 수 있고, 그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책들을 썼는지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바우만의 이 일기가 아니라고 하는 일기를 읽고 난 뒤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모든 독후 활동이 읽은 책에 의탁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내는 일이라면 바우만의 책을 읽고서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바우만에 의탁해서 내 얘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리라.
하여 바우만 읽기는 곧 바우만을 통해서 나를 읽은 행위이며, 나를 읽는 행위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읽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회 속의 나...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바우만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가 나온다. "탈구"라는 개념으로...
탈구... 쉽게 말하면 장소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말이 되겠다. 그것이 공간이든, 사회적 위치든... 바우만은 폴란드계 유대인으로서 그의 조국에서 떨어져 나와 영국에서 살아가게 되었으며, 주류 사회학에서는 좀 떨어진 학자로서의 삶을 살았으니, 그의 인생은 '탈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탈구된 삶이 바로 근대사회를 바우만 식으로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액체 근대, 유동하는 근대라는 개념에서 그는 소비자사회로 넘어간 우리 시대를 읽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자시대의 대표격으로 '페이스북'을 언급하고 있으며, 여러 책에도 나온 것이지만, 프랑스 학자가 근대의 기점을 찾는 연구를 했는데... 근대의 기점을 개인적인 사생활을 공적인 자리로 끌고 나온 텔레비전의 한 방송으로 잡는다는... 그래서 우리는 사적인 것의 공적인 행위로 만들기, 또는 공적인 삶을 사적인 것으로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게 되었다는... 그런 얘기들이 이 책의 곳곳에 나와 있다.
이것을 우리 사회에 적용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역시 페이스북, 요즘은 '카카오톡'이든지, 아니면 '카카오스토리'라는 것이 더 유행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더욱더 외로움에 빠져들고 있지는 않은지.
또 외국인 노동자들이라든지, 사회에서 배제된 집단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우리들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송을 통해서, 또는 다른 활동을 통해서 우리들 역시 유동하는 근대에서 '쓰레기가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우리도 바우만처럼 '일기가 아닌 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써야만 하지 않을까. 그런 일기를 쓴다면 자신이 처한 위치나,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적어도 고민은 할테니까. 이런 고민들이 쌓이면 자연스레 실천으로도 나아갈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우리도 바우만처럼 '일기가 아닌 일기'를 쓰자. 사색하는 시간, 고독할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하지만 이런 일기를 쓰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는 고독한 시간,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사회에서 연결망이 아닌 공동체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가장 내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하는 일기가 자신을 공동체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 이 책은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일기이면서도 일기가 아니다.
덧글
오타임에 분명한 부분
89쪽에 '보이치에 사디가 2011년에 ~'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일기는 2010년 10얼 7일자 일기이기 때문에 오타임이 분명하다. 몇 년인지 찾지는 않았지만.
또 하나 사람 이름. 그래도 많이 알려진 이름으로 해야 하지 않나. 303쪽에 한스 조나스라고 나오는데, 이 사람은 한스 요나스라고 주로 읽는다. 한스 요나스로 통일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