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두 편의 영화를 봤다. 둘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실화보다도 더 실감나는 배우들의 연기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다.

 

사실, 두 영화 모두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편치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고, 본 결과 역시 맘이 편치 않았다.

 

 

도대체 이런 영화가 지금 개봉이 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니... 조금 우습기도 하다.

 

영화 속의 내용과 실제의 사실이 다를 수밖에 없고, 영화에서 사실을 찾아내려고 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예술이란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들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는 "집으로 가는 길"

 

마약 사범으로 몰려 프랑스 감옥에서 거의 2년을 갇혀 있다가 나오는 사연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영화.

 

마약이라는 범죄보다는, 그러한 일을 저지른 국민을 대하는 외교관을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외교관은 국가를 대표한다고 하면, 국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2000년대의 대한민국이 아직도 후진국이라는 사실, 국가는 국민을 바탕으로 유지가 되는데도,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기 보다는, 즉, 링컨이 말했다는 그 유명한 말.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라는 말. 그것이 국가라는 사실을 잊게 해준 그런 영화.

려운 처지에 놓인 국민을 국가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 너무도 적나라하게 알려준 영화라고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외교관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런 외교관이 존재하는 나라는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

 

외교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국가의 이익이란 다른 말로 하면 국민의 이익이 아니던가. 그걸 망각한 외교관은?

 

역시 또 하나의 영화. "변호인"

 

 

 

보고 싶다와 보고 싶지 않다가 공존했던 영화. 어차피 일은 뻔한 거고,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결말은 뻔하지만, 그렇지만, 그 결말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보고 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영화.

 

그래도 현실을 비껴갈 수 없다면, 그런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국가와 국민의 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본 영화.

 

역시 보고 난 다음에는 "국가란 무엇인가"를 또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 아니 생각하게 한다기보다는 절규하게 한다고 해야 하는 영화.

 

이 영화가 마음 아프게 다가온 이유는 이 영화가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무려 30년이 더 지난 일인데도,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는데도, 왜 진행중이라는 생각이 들까?

 

내 생각이 잘못되었든지, 아니면 정말로 이 사회가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든지 둘 중 하나 아니던가.

 

읽고 있는 책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는데... 두 영화를 보면서 이 구절이 딱 들어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정치 체제의 민주주의적 성숙도는 이러한 번역(사적인 관심과 욕구를 공적인 쟁점으로 재구성하고, 역으로 공적인 관심사를 개인의 권리와 의무로 재구성하는 것)의 성공과 실패, 매끄러움과 거칢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즉 그 주된 목적을 달성한 정도에 의해 측정되어야지,종종 민주주의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오인되곤 하는 이러저러한 절차의 완고한 준수 여부에 의해 측정되어서는 안 된다. (바우만, 부수적 피해.민음사. 2013년. 21쪽에서)

 

 

지금은 그래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확립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던 시대를 보여주고 있는 "변호인"이란 영화를 보면서 더욱 실감하고 있다고나 해야 할까.

 

우습게도,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소설인 채만식의 "논 이야기"까지가 떠올랐다. 해방이 되고 나서 만세를 부르지 않길 잘했다고 자조하는 주인공.

 

그에게 나라란, 국가란 자신에게 피해만 주는 존재였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외치는 우리나라 헌법 제 1조 제2항은 그 때는 요원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벌어진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역시 요원했다.

 

아니, 헌법이 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나타났듯이, 그래서 우리가 헌법, 헌법, 우리나라 모든 법 위에 있는 최상위 법으로 헌법을 인정하고 있듯이 헌법의 가장 앞에 나와 있는,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당연한 귀절을, 헌법 책에만 있는 조항으로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적어도 영화에서 표현된 내용들이, 소설에서 표현된 내용들이 과거의 것으로만 머물게 할 의무는, 권리는 우리에게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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