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속담이 생각이 나지?

 

혀 속에 칼이 있다는.

 

말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얘기일텐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이 위험한 것은 확실한데... 도대체 어떤 말이 위험할까?

 

말은 오히려 치유의 효과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세헤라자데처럼 말로써 목숨을 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물론 말로써 자신의 소중한 무엇을 잃은 사마천 같은 경우도 있고.

 

그런데 말이 다 똑같이 위험할까? 어떤 말은 가벼운 상처만을 남기고, 어떤 말은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어떤 말은 상처를 주는 듯하나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할텐데...

 

요즘 우리 사회는 말들의 천국이다.

 

주인 잃은 말들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이 말들은 정착도 하지 못한다.

 

그냥 부유한다.

 

여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댔다고 한다.

 

같은 칼이 아닌데...

 

강자가 한 번 뱉은 말은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약자가 뱉은 말은 몸부림에 불과할진대...

 

이런 말의 경중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위협이라고만 말한다.

 

그런 말들이 너무도 많이 떠돌아다닌다.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난다.

 

양약고어구, 충언역어이(良藥苦於口, 忠言逆於耳)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린다.

 

이게 옛 선현들이 명심하고 있던 말이다.

 

자신의 귀에 거슬린다고 그건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혀 속에 칼이 있다는 말, 그 칼이 나를 해치는 칼이 아니라 나를 깨우치는 칼이 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말들을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늘 자신의 머리 위에 두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면 지금보다 한결 나은 그런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경어인(鏡於人), 사람에 나를 비추어 보라고 했다.

 

나를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내 거울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말에 일희일비할 까닭이 없다.

 

오히려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태도,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말은 하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말을 처벌하면 그 때는 자기 검열의 시대가 된다.

 

이런 검열의 시대는 곧 혀 속에 칼이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칼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런 칼이 아니라, 서로를 경계하게 하고 발전하게 하는 칼이 되게...

 

우리의 혀 속에 있는 칼들이.. 그런 말들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상이 하도...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서.

 

 

 

헌책방에서 구입한 박희진의 "미래의 시인에게"를 읽다.

 

참 많은 시집을 낸 시인이란다. 이 시집에서만 보아도 31권의 시집을 내었다고 하니. 이 중에 4개의 시집에서 골라 펴낸 시선집이다.

 

박희진 시인은 시낭송을 하기로 유명한 시인이니... 시는 곧 우리의 말과 함께 있음을 몸소 보여주는 시인인데...

 

그의 시 중에, 이 시집 마지막에 실린 시인데...'한국어를 기리는 노래'라는 시이다.

 

그 중의 한 부분

 

'한국의 시인은 / 한국어라는 소리를 내는 악기'(1-2행)라는 구절이 있다. 어디 시인만이겠는가.

 

우리는 모두 한국어라는 소리를 내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말들이 칼이 아니라 음악이 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말소리만 듣고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말들.

 

적어도 힘있는 사람들의 말이 칼로 느껴지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는 말들이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참 많은 시가 있지만....제목이 된 시.

 

      미래의 시인에게

 

어디서인지 자라고 있을 / 너의 고운 수정의 눈동자를 난 믿는다

또 아직은 별빛조차 어리기를 꺼리는 / 청수한 이마의 맑은 슬기를

 

너를 실제로 본 일은 없지만 / 어쩌면 꿈속에서 보았을지도 몰라

얼음 밑을 흐르는 은은한 물처럼 / 꿈꾸는 혈액이 절로 돌아갈 때

 

오 피어다오 미래의 시인이여 / 이 눈면 어둠을 뚫고 때가 이르거든

남 몰래 길렀던 장미의 체온을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보여다오 / 진정 새로운 빛과 소리와 향기를 지닌

영혼은 길이 꺼지지 않을 불길이 되리니

 

박희진 시선집, 미래의 시인에게, 우리글. 2008년. 29쪽. 

 

꼭 미래의 시인이 아니래도 좋다. 미래의 우리, 아니 현재의 우리들이 이런 '새로운 빛과 소리와 향기를 지닌 영혼'을 지니고, 그런 '불길'로 이 세상을 꽃피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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