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진짜 유고시집이다. 행방불명 되었을 때의 시집이 아닌.

 

그의 사후 모아놓은 시들에다가 그를 추모하는 글을 모아 책으로 냈다.

 

엄밀히 말하면 시보다는 그에 대한 글이 더 많으니 천상병 유고시집이라기보다는 천상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하리라.

 

역시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

 

천상병은 시인이라기보다는 기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그의 말년 그가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하여, 인사동에 있는 귀천이 덩달아 유명해지기도 했다.

 

술과 돈을 달라는 일화로 유명한 시인. 그러나 그는 정작 시인이다. 우리는 그의 시 "귀천"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시인이 평생동안 수많은 시를 쓰지만 시대를 넘어 자신의 시가 한 편이라도 대중에게 계속 읽힌다면 그 시인은 행복한 시인일텐데... 천상병은 "귀천"이라는 시로 이미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초기시들과 후기시들의 내용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는 천상 시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삶 자체가 시 아니었던가.

 

다른 사람이 이렇게 행동을 했으면 비난을 많이 받았을텐데... 이 책에 나와 있는 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천상병의 그 순진무구한 행동은 비난을 받을 수 없게 만든 그런 행동이었다니... 참.

 

그가 남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만, 딱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달라고 하였고, 남의 집에서 기숙한 것도 어떤 악의가 있어서 한 것이 아닌, 자연스런 행동이었다고 하니. 이런 시인, 이런 행동을 한 사람...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그런 사례이기도 하리라.

 

천상병에 대한 일화를 알고 싶으면 읽으면 된다. 예전 기인(?)들의 삶을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시 '귀천'에서 이 세상의 삶을 소풍이라고 했는데, 그는 소풍을 마치고 다른 세상으로 갔지만, 우리는 아직도 소풍 중인데...

 

소풍이라고 느낄만큼 아름다운 세상인지... 그런 세상을 단지 바라기만 해서는 안되고,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지... 이건 기행하고는 상관없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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