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이광호 지음 / 홍익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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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35년의 차이를 두고 두 학자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만난다. 조선 중기 유학사에서 활짝 꽃이피는 순간이다.

 

우리나라 지폐에도 나와 있는 두 인물은 유학사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하는데, 율곡이 퇴계를 찾아가면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나눈 시와 편지가 남아 있어 우리들에게 그들의 사상에 대해서 알려주게 된다.

 

35세 연상인 퇴계는 율곡에게는 스승과 같은 존재인데, 율곡은 편지를 통해 퇴계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퇴계가 하는데, 이들의 논의가 지금 내 수준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번역의 문제도 아니고, 이는 유학 개념에 대한 지식의 부족 때문일 수가 있다. 이들은 중용의 몇 구절, 또는 중국 학자의 학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에 이들의 논의를 따라가기엔 너무도 벅차다.

 

다만, 이들이 이런 편지들을 통하여 어떻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나가고 있는지, 과연 접점은 없었는지를 살펴볼 뿐이다.

 

뒤로 갈수록 이 책의 해설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퇴계와 율곡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율곡이 묻은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가만 보면 자신의 의견을 고쳤다고 보기는 힘들고, 퇴계 또한 몇몇 부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범속하게 분류를 하면 퇴계는 주리론(主理論)에, 율곡은 주기론(主氣論)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퇴계는 영남학파, 율곡은 기호학파라고 할 수 있을텐데...

 

주리론이 서양의 관념론에 가깝다고 한다면, 주기론은 서양의 경험론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이들은 서양의 역사에서도 늘 평행선을 그리며, 때로는 만났다가도 또 평행선을 그었던 철학 사조 아니었던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주기론에서 이야기하는 기(氣)역시 서양에서는 관념에 해당하지 않겠는가. 다만 실천적인 활동을 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기가 허약해졌다고 말할 때 기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활동을 하고 있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해 리(理)는 이런 기보다도 더 추상적인 무엇이니, 그것은 유학에서 말하는 태극과도 통하는 것인지...우리 삶의 원리라고 해야 하는지.

 

해설을 보면 퇴계는 유학의 진리에서 철학을 하고 있고, 율곡은 실천의 차원에서 철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현실정치에서는 율곡이 더 힘을 발휘했으리라는 것은 이들이 이와 기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퇴계가 죽을 때까지 편지를 주고 받는다. 비록 그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율곡은 퇴계를 학문에서는 자신보다 앞선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리라.

 

퇴계 역시 능력있는 젊은이인 율곡에게 학문의 진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으리라. 이런 만남. 이런 관계. 그것이 우리나라 유학을 꽃피우게 만든 동력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퇴계는 기고봉과도 편지를 통해서 논쟁을 하게 되니... 다양한 논쟁을 통해서 문화는 더욱 융성해지고, 생각은 더욱 정교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말을 막아서는 안되고, 생각을 막아서는 안된다. 말과 생각은 터뜨릴 수 있게 해줘야 하고, 이런 말들과 말들이, 생각과 생각이 서로 부딪치면서 좀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에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조선시대에도 그랬는데, 지금 민주화된 시대에는 이런 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단지 퇴계와 율곡의 사상이 어떻다, 어떤 지점에서 차이가 나고, 나는 어느 편에 더 마음이 간다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런 토론이 우리 사회에서도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게 해야 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것이 책을 읽는 의미를 살리는 길이 된다.

 

우리의 전통 철학에서 많이 멀어져 왔다. 가끔 옛 성현들의 글을 읽기도 하지만, 잘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어렵다. 좀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이렇게 번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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