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구입한 시집이다. 제목이 좀 낯간지럽다. 그런데 내용이 음악시 모음이란다. 그래 시를 통해 음악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시와 음악은 친구라는데, 한 번 보자 하고 구입한 책.

 

음악에 관해서, 노래에 관해서 시를 통해 표현내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지금 우리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들도 있다. 그냥 음악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시들.

 

그러다 참 재미있는 시다 하는 것 한 편. 단지 재미만이 아니라, 우리네 현실을 생각할 수 있는 시. 두 음악가의 이야기. 우리들도 갈등을 이렇게 풀었으면 좋겠다. 서로 티내지 않고, 또 서로 미워하지 않고. 그렇다고 갈등을 오래 끌지도 않고.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장벽 무너뜨리기

 

크리스마스 날 FM에서 엿들은

아니리 한 대목이었다

 

(동글동글 굴러가는 목소리)

  풋치니와 토스가니니는 친구였어요. 그땐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빵을 선물하는 것이 풍습이었죠. 무의식 중에 풋치니는 토스카니니에게 빵선물을 보낸 것이 생각났는데 곰곰 생각하니 다툰 기억이 났어요. 혹시 용서를 비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되돌려보내진 않을까. 전전 긍긍 생각다 못해 전보를 쳤지요. 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보냈다 메리 크리스마스-그랬더니 답신 전보 오기를 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먹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풋치니의 토스카를 들으며

창 밖의 눈발처럼 희죽희죽 웃었다

나도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 김추인

 

홍윤숙, 정공채 외, 이 떨림 네 가슴 닿을 때까지, 삼일서적, 1994년 141쪽.

 

재미있게 또 감동받으면서 읽은 시집이다.

 

시와 음악하면 전봉건의 '피아노'란 시가 제일 먼저 떠올랐었는데, 이 시집에 이 시는 없다. 음악이라는 소리 예술을 시각 예술로 바꾸어놓은 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선명함이라니.

피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 여자의 두 손에서는 / 끊임없이 / 열마리씩 / 스무마리씩 /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 가장 신나게 시퍼런 / 파도의 칼날 하나를 / 집어들었다.

또한 이 시집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는 몇몇의 시인 또는 가수가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중에...

 

백창우

 

그는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라는 노래로 나에게 다가왔다. 가사의 내용도 좋고 음도 좋아서 한 때 노래방에만 가면 늘 부르던 노래였는데... 그가 시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시집의 시들이 참 감성적이었다. 그의 시집 제목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다.

 

자신이 시도 썼지만, 이미 나와 있는 시들에 곡을 붙인 것으로도, 또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부를만한 노래를 만들고 함께 공연한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 그는 삶 자체가 바로 음악과 시이지 않을까 싶다.

 

그가 시에 붙인 곡들, 그래서 시와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책.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김현성

 

그 다음에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김현성이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등병의 편지'로 유명한 사람.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삶이보이는 창"을 통해서 였다. 그가 이 책에 음악에 관한 글을 썼었다. 그래서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그의 시집 제목도 "가을 우체국 앞에서"이고.

 

시도 좋고 노래도 좋지만.. 그 역시 백창우와 마찬가지로 시에다 곡을 붙인다는 사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의 활동이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치환

 

허스키한 목소리.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사람. 그의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무슨 자선공연이었는데... 서강대에서 했던. 거의 두 시간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그런 열정으로

 

무슨 일을 못하랴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그 공연에서 정호승 시인이 나와 본인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었지.

 

안치환도 역시 시에다 곡을 붙이는 사람이다. 단지 아름다운 시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는 사회성이 짙은 시도 곡으로 만든다. 그가 곡을 붙이고 부르는 김남주의 '자유'를 보라.

 

시인은 또 가수는 서정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사람. 그가 바로 안치환이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가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것과 서강대에서 공연했을 때 주로 불렀던 노래들.

 

이렇게 시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은 조금씩 더 따뜻해질텐데... 세상이 따뜻해지면 우리 쓸데없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텐데.

 

나와 다름을 인정해줄텐데... 그렇게 시를 노래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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