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 조선어학회, 47년간의 말모이 투쟁기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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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잃어버린 민족. 그런 민족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자신의 말과 글을 잃어버리면 민족 자체도 시나브로 사라져 버린다. 그런 예가 역사에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자신들의 말과 글을 지키려 너도나도 노력한다.

 

우리나라도 말과 글을 잃을 뻔한 때가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일제시대 36년. 그 때가 우리 민족에게는 가장 위기에 처한 시대였다.

 

단순히 국권만 상실한 것이 아니라 말을 금지당하고, 글을 금지당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성조차도 일본 식으로 바꾸어야 하는 그러한 암흑기가 바로 일제시대였다.

 

그런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장투쟁도 하고, 외교를 통한 독립운동도 하고, 3.1운동과 같이 비폭력 투쟁도 했지만... 다른 각도에서 우리 말글을 살리려는 운동도 있었다.

 

그러한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개화기에 주시경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는데... 주시경에서 비롯된 한글 사랑이 그의 제자들에게 이르러 조선어학회로 발전했으며, 그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 통일안과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신문사를 통한 문맹퇴치 운동이 소설 작품으로도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이광수의 "흙"과 심훈의 "상록수"로 나타났고, 이들 신문에 나타난 한글보급운동이 조선어학회 사람들을 중심으로도 많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이 책에 나와 있다.

 

그동안 조선어학회와 대종교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서는 조선어학회와 대종교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대종교는 우리나라의 전통성과 자주성을 강조하는 그런 종교였다는 사실, 그리고 조선어학회의 많은 사람들이 대종교에 입문했는데, 그것은 조선의 독립을 기원하는 행위였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고...

 

또 일제시대의 조선어학회 사건은 일제가 날조한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단순히 일제가 날조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을 한 것은 투철한 민족정신을 지닌 행위였기에... 조선의 혼을 잃지 않기 위한 행위였기에 일종의 독립운동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우리말 사전이 발간이 되었으며, 그로인해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우리말의 말모이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 엄청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우리말 사전이 계속 증보-편찬되고 있으니 말이다.

 

주시경으로 비롯한 그의 제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켜낸 우리말, 우리글... 그것의 종합판인 우리말 사전... 우리에게는 그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 우리말, 우리글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을 생각한다면 외국어에 침윤당하는 현실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외국문물이 들어오면 적어도 그것을 외국어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그 문물을 우리의 사고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 요즘 세태에 대한 아쉬움.

 

당연하게 쓰고 있는 한글, 이 당연함이 여러 사람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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