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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치료와 문학, 그리고 언어 ㅣ 인문치료총서 8
김익진 외 지음 / 강원대학교출판부 / 2013년 5월
평점 :
말을 통해서 치유를 하고, 글을 통해서 치유를 한다. 사실 의식하지 않아도 이는 예전부터 행해오던 일이다. 그것을 글로 정리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요즘은 세상이 하 수상한지 치유, 치료,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치유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그만큼 사회도 개인도 건강하지 않다는 얘기다.
인문학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 지는 한참 되었지만... 단지 인문학의 죽음과 이런 치유가 직접적으로 연결될 필요는 없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불안해지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게 지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에 치유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치유에 하나 더 보태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인문학을 통한 치료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또 연구되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연구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학의 치유적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치유적 관점에서 본 문학과 개인에 대한 장이 있는데, 이 장에서는 아일랜드 시인인 예이츠와 우리나라 작가인 박완서의 작품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분석을 하고 있다.
즉 개인이 개인의 아픔을 글쓰기를 통해서 어떻게 치유해나가고 있는가를 작품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장에서는 문학과 사회적 치유라고 신화를 통해 국가가 또는 민족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공지영의 "도가니"라는 소설과 영화 "도가니"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감춰져 왔고, 쉬쉬되어 왔던 장애인 성폭력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사회적 치유라고 할 수 있다.
즉 치유가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고쳐가는데도 문학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어쩌면 중국의 대문호인 루쉰이 직업으로서의 의사를 포기하고 문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야기와 상통하는지도 모른다.
루쉰 역시 중국 사회의 병폐를 고치려고 했으니 말이다. 그는 의사로서 중국인 개개인을 고치기보다는 문학을 통해 중국 사회를 고치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중국에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바르지 못한 사회를 고치는데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3장의 마지막에 중국 소설을 예로 들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이야기다.
지금 우리는 다양성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외모든, 생각이든, 행동이든, 힘들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작품들을 통해 고민하고, 치유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4장에서는 창작을 통한 자기 치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5장에서는 결혼이민여성의 글쓰기를 통한 치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글쓰기가 다양한 분야에서 치유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의 모습에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형성하기 때문이리라. 자신을 객관화하면 조금 더 자신의 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러한 접근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문학 작품이 치유의 효과를 발휘하는 지점도 바로 이 곳이다. 즉 문학 작품 속의 인물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객관화하여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다라서 문학과 언어는 결국 인문학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이므로, 이러한 문학과 언어를 통한 치유는 인문치료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좀더 다양한 논의와 깊은 연구가 지속되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