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나날들이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사진.

 

밀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저작권이 하도 심하다 하니,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누워 있는 사람들. 포크레인 삽날 속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 주로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렇게 누워 있는데, 멀치에는 새파랗게 젊은 경찰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고, 한전 직원이란 사람들이 역시 무표정하게 서 있다.

 

같은 나라 사람인데,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인데, 그들 사이의 거리가 왜 그렇게도 멀게 느껴지는 걸까? 지구와 안드로메다만큼의 거리가 될까?

 

독재시대와 민주화시대의 거리가 될까? 이미 우리는 민주화가 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 송전탑 문제에서 왜 자꾸 과거의 망상이 떠오르고, 어떤 기시감마저 느껴질까...

 

가까이는 제주 강정마을이 떠오르고, 조금 더 멀게 가면 용산참사, 쌍용차 문제, 한진중공업 문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평택 대추리, 그리고 매향리...

 

어떻게 지금 시대를 "폭력과 광기의 나날"들이 연속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있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다고 해서 노조 인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이것이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 아니냐고 국가인권위에 제소를 했는데, 인권위에서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고 하고, 세계노동기구에서는 이것은 명백한 탄압이라고 그런 조치를 철회하라는 권고문을 보내오기도 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승하의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라는 시집을 다시 펼쳤다. 지금이 그러한 시대라고 생각했으므로. 사진과 시가 어우러진 시집이다. 그 사진들이 과거의 사진이라고, 이 시집은 이미 지나간 시절을 노래했다고만 할 수 없으니... 시집 속의 사진들이 마치 지금의 일이라도 되는 양 살아서 움직인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더불어 브레히트의 "전쟁교본-사진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도 함께 펼쳐보게 되었다.

 

자꾸 이런 시집으로 손이 가게 한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나지 않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이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사진은 기억하게도 한다. 그 기억은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움직이게도 한다. 그러니 이승하의 시집 속에서 사진은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브레히트의 시집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시 살아나 움직이기도 한다.

 

하, 이런 "폭력과 광기의 나날"들을 보내고 희망을 노래하는, 기쁨을 노래하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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