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을 보다.

 

처음 시작 부분에서 이거 코미디겠네 하다가, 이런 코미디가 아니라 피 비린내 나는 역사의 한 가운데를 다루고 있는 영화구나 하고...

 

이런 역사의 한복판에 우연치 않게 끼어든 관상쟁이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도 슬프고, 그렇다고 도대체 왜 관상쟁이를 끌어들였나 하기엔 너무도 생각할 것이 많고.

 

조선 초.

 

정말로 많은 피를 불렀던 때다. 엄청난 피들이 역사를 물들였던 때. 하다못해 우리나라 최고의 성군이라고 불리는 세종조차도 이 피 냄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으니. 역설적이게도 세종을 전후해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시대가 펼쳐진다. 참 나.

 

정치가로서 세종이 성공했다면 가장으로서 세종은 처절한 실패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자식들이 겪은 운명을 보라. 형제들 간에 살육을 저지르는 그런 일을.

 

그것이 역사의 흐름이었고, 그런 흐름을 영화에서는 바람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피를 부르는 행위를 한 사람들은 바람이 일으키는 파도에 불과했다는 주인공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데...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가? 사람의 얼굴에서 운명을 읽어낼 수 있는가? 남의 운명을 읽어내는 사람은 자신의 운명도 읽어낼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게도 하지만, 운명을 읽어내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자신의 운명을 안다? 이것이 행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그런 점에서 관상쟁이는 과연 행복할까? 이 영화에서 초반에 재미있게 표현이 되고 진행이 되는 것은 정치와 떨어진 자리의 관상은 우리에게 재미와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관상이 정치와 결부되는 순간, 이미 재미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 때부터는 치열한 욕망들의 목숨을 건 투쟁만이 존재하게 된다.

 

관상. 이것이 바로 정치와 결부되었을 때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마주보는 사람들의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관상이라는 영화에서 관상쟁이와 그 주변인물들을 빼면 역사의 흐름에서 그 흐름을 타는 인간과 흐름을 거스르는 인간으로 나뉘게 되고, 각자는 자신의 운명을 마주보고 그 운명에 맞서서 최선을 다하는 비극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관상은 희극으로 시작했지만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가 된다. 비극일 수밖에 없다. 맑스의 말과는 반대로.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이지만 다시 반복될 때는 희극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비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그런 반복이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 이방원. 제 형제들의 피를 묻히고 왕이 된 사람. 손자 수양대군. 제 형제들의 피를 묻히고 왕이 된 사람. 몇 년 안 된 시기에 이런 비극이 반복되다니...

 

왕조 초기. 왕권과 신권을 둘러싼 싸움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그런 일들이라고 하기엔 참...그렇다면 여기서 관상쟁이의 역할은?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알려줄 뿐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자신도 그러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그러나 관상이 운명을 좌우하는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관상조차 변할 수 있음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알려주고 있다.

 

주어진 운명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도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 그것을 이 영화에서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무엇을 얻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우리나라 문학 작품. 한 사람은 라이벌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또 한 사람은 기어코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

 

이광수와 김동인. 그들은 이 시대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쓰고 있다.

 

"단종애사"와  "대수양"

 

우리나라 문학의 선구자라는 이광수는 단종의 입장에서 그 당시를 살려내고 있다면, 그를 평생동안 넘어서고자 했던 김동인은 그의 대척점에 서서 수양의 입장에서 그 당시를 살려내고 있다.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괜찮을 듯하다. 어짜피 한국 근대문학임에도 지금 사람들에겐 너무도 먼 고전 문학 대우를 받고 있는 작품들일테니 말이다.

 

 

어떻게든 소설로 표현된 그 시대이니 함께 읽으면 좋을 듯도 하다.

영화 관상은 김종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고 해야 할 듯. 관상학적으로 김종서는 호랑이 상이고, 수양은 이리 상이라고 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랑이는 영물로 치지만, 이리는 악의 상징으로 많이들 이야기 하니까. 하여튼, 영화를 보든, 책을 읽든... 무언가를 할 일이다. 그러면 얻어질 것들이 있을테니 말이다.

 

지금은 어떤 시대?

 

설마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룬 나라를 내 손으로 더욱 굳건히 지켜야겠다는  그런 시대는 아니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