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또는 이주 노동자.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꽤 됐다.

 

매양 단일민족이라고 그걸 무슨 자랑거리인양 떠들어대는 우리나라에서 힘든일을 하지 않으려는 풍습이 생기니, 그 일자리를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노동자들을 수입(?)해 와서 그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정책을 핀 적이 있다.

 

산업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온갖 힘든 일은 다 했지만, 그만큼 대우는 받지 못했던 사람들.

 

이것도 그들 나라보다는 돈벌이가 더 된다고 브로커들에게 목돈을 주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없었던 노동자들.

 

일자리도 힘든데, 그래서 산업재해도 많이 당하는데, 더 억울한 일은 임금을 떼이는 일. 사장이 공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다달이 꼬박꼬박 다 주고 / 동남아인 노동자들에게는 다달이 절반씩 미루면서 / 한국인 노동자들은 처자식에 부모 있고 / 동남아인 노동자들은 혼자이기 때문이라고'(하종오, 국경 없는 공장, 삶이보이는창. 2007년. 20쪽. '체불'에서) 하면서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일.

 

같은 노동자인데도, 그들도 자기들 나라엔 부모들이 다 있는데, 왜 혼자라고 그런 핑계를 대면서 돈을 주지 않는지, 은연 중에 한국인 노동자와 동남아 노동자를 편가르는 자본의 술수를 시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이 시에서만 나타나는 일이었으면 좋으련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이었으니.

 

이 시집은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에(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 대한 차별과 박해(?)를 시에다 담고 있다.

 

어쩜 우리는 얼마 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또 더 오래 전에는 하와이에 노동자로 돈을 벌러 떠나갔던 일들을 잊고 있는지도, 하다못해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가서 받았던 그 차별들도 다 잊었는지도 모른다.

 

조금 살게 되었다고, 돈이 조금 있다고 인간성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동남아 노동자들을 지금처럼 대할 때 그들은 '외국인노동자병원에 입원하기 전 / 외국인노동자들은 하나같이 / 고국에 돌아가서 한국인을 만나면 / 발길질하겠다고 별렀다'(하종오, 국경 없는 공장, 삶이보이는창, 2007년. 124쪽. '무료진료'에서)는 자세를 갖게 된다.

 

이런 생각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만연할 때 과연 우리는 세계시민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결국 국적을 떠나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한국인을 달리 봐야겠다고 / 외국인노동자들은 마음을 바꿔먹'(하종오 시집 . 125쪽. '무료 진료'에서)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슬프고 안타깝고, 그럼에도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삶의 치열함을 느낄 수도 있는 그런 시들이 실려 있다.

 

시들이 전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라고 볼 수 있는 이 시집은 우리나라 공장이 이제는 '국경 없는 공장'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국경 없는 공장'에서 사람들을 국경으로, 아니 국가의 경제력으로 나누는 그런 모습은 사라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특히 이 시집은 마지막 4부 '컨테이너 신혼집'은 일종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데, 영웅적인 주인공이 나오지 않아 서사시라고 하기 그렇다면 이야기시라고 해도 좋을 이 시는 날염공장의 컨테이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 편의 소설처럼 보여주고 있다.

 

그 컨테이너에서 벌어지는 슬픈 일들. 자본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이것이 한 때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2007년에 나온 이 시집이 2013년이 된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건 정말 비극이다.

 

그런 비극, 이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자본은 국경이 없다. 자본은 어디에 가나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아직도 국경이 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환영을 받든지, 천대를 받든지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자본에게 국경이 없듯이 노동자에게도 국경이 없게 만드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에게 지니는 기본 예의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시집의 대표적인 시. 제목이 되는 '국경 없는 공장' 슬프지만 훈훈하다.

 

국경 없는 공장

내 친구는 직장생활 이십 년 / 퇴직금 받아 시골에다 / 이슬람국가로 수출하는

날염 하청공장 차린 지 / 삼 년도 채 안되어 / 이라크전이 터져 망했다

 

역사 선생 하다 왔다는 파키스탄 청년은 / 시간외수당 주지 않으면

잔업하지 않겠다고 늘 버티더니만 / 저축한 돈 가지고 귀국하면

사장보다 부자라며 빈둥거린다고 했다 / 대학 다니다가 왔다는 스리랑카 청년은

체류기간 넘어서 함부로 나다니지 못해 / 사장한테 일자리 알선해 달라며

기숙사에 박혀 지낸다고 했다 / 막일 하다가 왔다는 미얀마 청년은

사장이 손 내젓는데도 / 날마다 작업대 닦으며

체불임금 달라는 눈치 보낸다고 했다 / 야크 기르다가 왔다는 네팔 청년은

흙먼지 이는 앞마당에서 먼산바라기하고 / 벌목 하다 왔다는 인도네시아 청년은

소나무 우거진 뒷산 오르내리고 / 담배 농사짓다 온 필리핀 청년은

열무 심은 텃밭 맨다고 했다 / 눈치 빨랐던 베트남 청년과

손발 빨랐던 인도 청년은 몸이 아픈지 / 종일 담벼락에 기대 햇볕 쬔다고 했다

 

내 친구는 군대 간 아들이 / 봉급 더 받으려고 지원하여

이라크전에 참전한 뒤 / 기계 팔고 임대차보증금 빼내어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퇴직금 주곤 / 날염 하청공장 문 닫았다

 

하종오, 국경 없는 공장, 삶이보이는창, 2007년. '국경 없는 공장' 전문. 94-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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