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영화 찍자 - 청소년 감독이 씹어 먹어야 할 레알 real 130가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2
안슬기 지음 / 다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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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심있는 학생이 늘고 있다

 

영화를 전문적인 감독만이 만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자신들은 단지 영화관에서 이미 만들어진 영화만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청소년들이 줄고, 청소년들 자신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직접 만들어보려고 시도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세상의 어떤 일이 누구는 해도 되고, 누구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겠는가. 게다가 요즘처럼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서는 비싼 장비만을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지 않고, 핸드폰으로도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청소년들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 적다보니, 이들은 주로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가까이 지내게 되는데,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일은 도를 깨우치는 일이다

 

도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여행에는 필요한 것들이 많다. 그냥 무작정 떠났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되겠지 하고 영화에 달려들었다가는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칫하면 사람도 잃고 또 자기가 그렇게 좋아했던 영화까지 잃게되는 경우가 있다.

 

영화를 만드는 일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130개의 지침이 있다.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지니고 있으며(특이하게도 수학교사란다), 동아리 활동으로 영화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저자가 청소년들이 영화를 만들 때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교사답게 잘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도를 깨우치는데 스승이 필요하듯이 영화를 만드는데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이 책이 하기로 하고 있다.

 

그런데 첫 장이 참 도발적이다. 영화 만드는 일, 힘들다. 그러니 포기하라고 한다. 자꾸 포기하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영화를 만드는 일은 도를 깨우치는 일만큼 힘든 일이라는 거다.

 

도를 깨우치겠다고 출가하여 용맹정진하지만, 결국 깨우침까지 이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도 마찬가지리라.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경고한다. 정말로 자신을 버리고 영화에 미치지 않겠다면 영화 만들 생각 아예 하지 마라고.

 

영화 감독은 가끔 프랑켄슈타인이 된다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라고.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사실 괴물이라는 건 인간이 지닌 편견이다. 그는 창조물이다)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해낸 박사의 이름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해낸 인물에겐 이름이 없다. 그냥 그는 괴물로 우리에게 인식될 뿐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인간의 온갖 신체부위들을 모아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자, 보라. 영화 감독도 인간 세상의 온갖 일들을 모아 새로운 세상을 스크린 위에 만들어낸다. 그는 필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인간을 창조해낸다.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름을 붙였을 거고, 또다른 제2의 생명체를 자발적으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생명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생명체를 버려두고 도망친다.

 

즉 그는 창조는 했으나 그 창조물에 실망을 하고 도피를 하고 만다.

 

이런 경우를 편집 부분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편집을 할 때 그간의 활동으로 절망하여 편집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래도 편집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얘기. 그것은 그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며, 자신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면서 영화에 대한 예의라고.

 

하여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이 되면 안된다.

 

감독은 조물주가 되어야 한다

 

조물주를 신이라고 해도 좋겠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다면 신은 인간에게 많은 실망들을 했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인간들에게 벌도 내렸지만 결국에는 인간을 사랑으로 감싸안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감독도 영화를 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낸다. 그는 영화에서는 조물주가 되는 것이다.

 

신도 인간에게 실망을 했듯이 감독도 자신의 작품에 실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도망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은 아무리 실망을 했어도 다음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하여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인간에게 최후로 남은 것이 희망이라는 것은 고무적이다. 인간도 희망을 최후까지 지니고 있는데 하물려 신임에랴.) 갖고 창조물을 대하는 태도. 그것이 바로 감독의 태도라는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 전지적인 관점을 지니고, 그러한 관점을 행동으로 옮기며, 끝까지 자신의 창조물을 책임지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얘기가 이 책의 전반을 꿰뚫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부터, 스탭 구성, 배우 선발, 촬영 준비, 촬영, 그리고 편집, 편집 이후에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알린 다음에 함께 나누기 등등 영화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기 쉽게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다.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은 조물주의 위치에 올라야 하듯이, 이 책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지녀야 할 것들에 대해서 조물주처럼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애정을 가지고, 앞에서는 영화 만들지 마라고 하지만, 사실 영화 만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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