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장마란다. 어떤 곳은 비가 와서 농사가 안 되고, 어떤 곳은 지나친 가뭄이라서 농사가 안 되고...

 

이래저래 넓은 땅덩이를 자랑하는 나라다.

 

그러나 이 넓은(?) 땅덩이에서 겪는 기후로 인한 어려움보다는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무얼까? 우리는 답을 알고 있지 않나?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답을 겉으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왜? 농민들은 힘이 없으니까? 농업은 구시대의 산업이며,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 때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귀농을 하려는 이유가 땅과 더불어,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그리고 자신도 살리는 그러한 농업을 하러 가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도시의 삶에 지쳐서,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 농촌으로 내려간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준비 없는 귀농 결과 어떤 사람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오고 말았다고도 하니...

 

농촌에 가도 먹고살 일이 해결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농촌에 가도 자급자족하기 힘든 실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논보다는 과일 농사에 더 주력을 하고 있으며, 무슨 환금작물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되는 작물에, 축산에 몰려들고 있는 현실이니...

 

이게 농민탓이랴?

 

어떻게 농민을 탓할 수 있는가?

 

그동안 얼마나 농민을 홀대했는가?

 

신자유주의가 시작되기 전에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목으로 농민을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온갖 정책을 펼쳤고, 굶주림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단일작물을 심게해 병충해에 취약하게 만들었으며, 외국 농산물의 수입을 개방해 농민들이 살기 더욱 힘들게 하지 않았던가.

 

며칠 전부터 이중기의 이 시집을 읽고 있었다. 내용이 어렵지 않은데, 이상하게 한 번에 읽히지 않는다. 자꾸 곱씹어야 한다. 물론 사투리가 있어서 낱말의 의미를 유추하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내가 농사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리라.

 

또 이 시집의 제목이 되기도 한 시 '밥상 위의 안부'를 읽고 또 읽고 계속 곱씹어 읽는데, 의미가 확 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렇다고 마음에 확 들지도 않는다. 시집 뒤에 있는 해설을 읽어도 이 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시집의 제목으로 삼을 시인데...

 

하여 전문적인 시평을 할 것도 아니고, 이 시를 가지고 씨름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시들로 넘어갔다. 다른 시들 중에 마음에 와닿은 시들이 제법 있다. 눈물겹도록 슬픈 시도 있고, 슬픈 상황에서도 해학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을 머금게 하는 시도 있다.

 

그 중에 지금 우리가 명심해야 할 시.

 

비교우위론에 대한 경고

 

게릴라전을 펴는 비교우위론에서

쌀은 굶주린 자의 빛나는 희망이 아니라

살아남을 자의 생애를 대변합니다

 

소말리아의 죽음잔치는 인간의 예언입니다

 

이중기, 밥상 위의 안부, 창작과비평사, 2001년. 72쪽

(이 시집의 51쪽과 68쪽에 이러한 비교우위론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표현한 시가 있다. 이 세 시는 서로 연결된다.)

 

이중기는 시인이자 농민이다. 그는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이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가를 목격했고, 경험했고, 저항한 사람이다.

 

이 시집에는 그러한 저항이 처절하게 드러나 있다. 농촌의 실상이 진실되게 드러나 있다. 젊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농민들... 그리고 쌀이 아닌 과일을 재배하는 농민의 슬픔 등이.

 

그래서 슬프다. 우리는 밥상을 받으면서 안부를 묻고 있는지, 밥상에는 단순히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음식만이 있지 않고,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 미래가 있음을 이 시집을 읽으면서 깨우칠 수 있었는데...

 

농담식으로(사실은 진심이다) 앞으로 가장 유망한 직업은 농부라고 말하는데...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동물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고, 우주를 살릴 수 있는 직업, 그것은 직업이라기보다는 바로 우리의 삶 자체이다. 그것이 바로 농부의 삶이다.

 

돈을 추구하는 농부가 아닌, 삶을 추구하는 농부. 그리고 그런 농부들이 웃으며 살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나라 아니던가.

 

그 때서야 농부는 미래의 가장 유망한 직업이 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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