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캠프를 하게 됐다.

 

별다른 프로그램으로 빡빡하게 운영하는 것이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하루를 책과 함께 즐기는.

 

그래도 명칭이 밤샘 독서라 하루 밤을 새우며 책과 지내야 하는데...

 

자정이 되기 까지야 이런 저런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해도, 자정 이후부터는 오로지 책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밖에는 비도 오고 하는데, 공기가 무거운데, 눈꺼풀은 더 무거워지는데.. 뇌는 점점 하얗게 비어가고 있고, 그래도 한 쪽에서는 밤샘을 하면서 책과 지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있고.

 

책이 꼭 어려운 책만은 아니지 않은가. 책이면 모두 되지 않은가.

 

책에도 우열이 있는가? 우열이 있다고 하는 기준 자체가 성립하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더 무거워지는 머리를 주체할 수가 없어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둔다. 그리고 눈을 들어 밖을 보다가, 어떤 책을 보면 내가 밤을 자연스레 샐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그러다 최근에 읽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글을 떠올렸고, 그의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생각해냈고, 그 작품이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으로 다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애니메이션으로는 거의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많이 보았는데, 만화책은 대충 가볍게 한 번 슥 읽고 지나간 사실이 떠오르고.

 

운이 좋게도 만화책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7" 있었고, 그래 잘 됐다 이 책을 보자.

 

특히 이 책이 환경에 관해서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는 책이고, 기상이변이라는 환경 재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때 이 책은 더욱 생각할거리들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무로 대표되는 곤충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그들은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만큼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망가뜨린 환경을 지키려는 존재라는 사실,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그들 존재의 본질을 느끼는 나우시카와 같은 사람이 있지 않으면 인간은 결국 공멸을 향하야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물론 만화책은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들을 생각하면 한 편의 철학책이 나오고 말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지금 일어나는 환경재앙들은 결국 우리 인간이 초래한 것이고, 그 해결책도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전쟁을 통해서는(그 전쟁이 인간끼리이든, 인간이 자연을 상대로 벌이든)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또한 결국 미래 인간의 운명은, 또는 인간사회의 발전은 여성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여성성이 단순히 여자라는 뜻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줄 줄 알며,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낄 수 있으며, 겉모습이 아닌 존재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을 해야 한다) 생각하게 해준다.

 

주인공인 "나우시카"야 말할 것도 없고,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크샤나" 역시 여자로 나오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전쟁이 남성성을 대표한다면 평화는, 사랑은 여성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을, 자연을 감싸안는 나우시카와 같은 존재가 인간을 인간답게,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나우시카가 있는가?

 

4대강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고, 문건에 대한 공개 여부, 개인정보에 대한 사찰 문제, 그리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문제 등등...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우리에게 나우시카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밤샘 독서... 다시 읽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청소년용이 아니라 이는 어른용이다. 정말로 어른들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전철 안에서든, 또는 다른 공간에서든 조그만 전자기계만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탈피해서 이런 만화를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지...

 

그러면서 우리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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