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충이 나타났다! 핵없는 세상을 위한 탈핵 만화
신기활 지음 / 길찾기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재미있게 만화를 봤다. 첫장을 보면서 어, 맞춤법이 이상하네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뀐 맞춤법을 적용하지 않아서,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표기를 했나 하는 의문점을 남기고 보기 시작.

 

이런 걸 풍자라고 해야 하나?

 

풍자를 이해하려면 풍자를 하는 대상에 대한 우선 기본적인 지적인 바탕이 있어야 하는데, 핵에 관한 기본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아마도 이 만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리라.

 

이 만화가 핵에 대해서 비판적인지 아닌지, 그리고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만화를 보나마나라는 생각이 든다.

 

맞춤법을 보았을 때 꽤 오래된 만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출판 년도가 올해라서 그냥 올해, 특히 후쿠시마 사태를 보고 나서 만화로 그렸구나 하는 생각밖에 못 했으니...

 

이 만화가 80년대 만화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2010년이 넘은 지금 보아도 시대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고, 그 상상력이나 비판의식이 지금에도 빛을 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작품은 시대와 상관없이 살아남는다고 하더니, 고전이란 그래서 고전이라고 하더니, 핵에 관한 문제의식이 본질을 관통하고 있기에, 이 작품이 지금도 생명력이 잃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특히, 체르노빌을 거쳐, 후쿠시마에 이른 지금 시대에 원자력이라는 고상한 이름을 쓰려고 하지 말고(요즘 유행하는 정명(正名)이라는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다), 핵이라고 명확하게 규정을 하면, 핵을 바라고 사는 핵버러지들, 또는 핵충들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얼마나 불필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먼 미래,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멸망하고 핵충들만 존재하는 시대, 인간적인 것들이 핵충들에겐 치명적인 독이라는 사실...

 

이것을 뒤집어서 핵충에게 좋은 것이 인간에겐 치명적인 독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부품 납품 비리부터, 부품 실험 결과 조작까지, 작은 비리 하나가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 만화에서 나오듯이 핵충들에게 한반도가 신세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원자력의 폐해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만화다.

 

원자력으로 인해 사람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가 하는 것보다는 이미 그 피해를 기정사실로 하고, 그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만화.

 

정말로 인류가 맞이하고 싶지 않은 디스토피아(distopia)이지 않은가. 핵충의 총통이 민들레 씨앗으로 인해 죽듯이, 우리 인류는 그들의 식량인 핵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핵충이 산다는 것은 인간이 살지 못한다는 얘기니, 이 책을 거꾸로 읽으면 우리 살 길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풍자가 의미가 있다.

 

핵에 대해서 절대로 낭만적인 생각을 갖지 말자. 그것은 그야말로 인류를 망치는 독일 뿐이다. 인류를 살리는 무공해 에너지가 절대로 아니다. 그러니, 천 마디, 만 마디 말보다도, 어려운 원자력 이론보다도 이런 만화, 훨씬 재미있게, 그리고 충격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핵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만화. 재출간이 반가운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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