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내가 있다
하근찬 / 엔터 / 1997년 9월
평점 :
품절


수난이대.

 

국어시간에 배운 소설. 지금도 학생 때면 어김없이 읽어야 하는 소설.

우리나라 현실을 소설에 잘 담아냈다고 하는 소설.

한자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난이대'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설.

 

이대에 걸쳐 수난을 당했다는, 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때, 아들은 6.25전쟁 때 각각 부상을 당해 불구의 몸이 되었으나 시련으로 상징되는 외나무다리를 함께 협력하여 건너는 모습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를 표명한 작품이라고 배웠는데...

 

헌 책방 순례를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책이다.

 

하근찬 하면, 우선 수난이대가 떠오르고, 그 다음이 흰종이수염이 떠오른다. 왜 그러냐 하면 이들은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단편이라는 특성이 교과서에 실리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또 하근찬 하면 '내 마음의 풍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여제자가 교사를 짝사랑하는 이야기. 영화로도 만들어져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작품. 아마 영화가 되기 전에는 '여제자'란 단편소설로 먼저 발표가 되었으리라.

 

이렇게 보면 하근찬의 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해야 한다. 이 정도면 문학사에서 빠지지 않고 이름이 나오는 작가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는데, 물론 작가의 삶을 안다고 해서 작품을 더 잘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작가의 삶에 대해서 알면 작품에 대해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니고 있으니.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풍금"이 작가의 초등학교 교사 시절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이 산문집에 그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또 6.25로 인해서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비극을 겪은 사람으로서, 순박한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하여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를 작품으로 표현해내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어떤 이념적 편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사회적 격랑 속에서 어떤 고통을 겪는지를 작품으로 보여줄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사실 이 책을 망설이지 않고 집어들게 만든 이유는 이 책에 '수난이대'의 창작과정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창작과정을 밝히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책에도 '수난이대'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가, 어떤 의도로 쓰게 되었는지가, 결말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살 필요가 있었다고나 할까.

 

그밖에 많은 점에서 하근찬이라는 사람을, 작가로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 책이 나온지 10년 뒤 그는 타계하고 말았지만, 이 책에서는 그의 목소리의 울림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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