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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우주 - 인간 삶의 깊은 곳에 관여하는 물리학의 모든 것
닐 투록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학문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학문의 한 분야에 대해서 그것을 연구한 학자가 아니라면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전문가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이와 비슷하게 대중들도 학문은 전문가들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학문의 구멍파기, 이것은 결국 학문을 고립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학문의 고립은 인간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문은 지금까지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 분야 중에서 대중과 가장 멀어진 분야는 아마도 과학분야이리라.
과학이라고 하지만 과학도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물학 등등 세분화되었고, 이러한 분야들도 더 작은 분야로 나뉘어져 있어서 과학을 공부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고치기 위해서 통섭이라는, 융합이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런 말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우리 안의 우주"란 책이다.
과학이 사회와 떨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대중과 괴리된 생활을 했던 피타고라스 학파가 사라진 예를 들어서 과학은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현실을 해석하고 현실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과학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중에서도 물리학, 수학을 이야기하는데...
얼핏 제목을 보면 우주라는 말이 들어갔기에 천문학 쪽에 가까운 책인 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보니 이는 수학을 이야기하고, 물리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학과 물리학으로, 특히 물리학으로 우주를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바로 우리 삶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물리학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저자 자신이 물리학을 대중에게 강의하는 일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물리학으로 복잡한 우주를 단순화시켜 우리에게 쉽게 전달해줄 수 있을 뿐더러, 인간의 기원이나, 우주의 기원 등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려운 물리학 지식을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물리학 이론들이 우주를 어떻게 해석해 낼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그 보여줌을 통해 물리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또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저자의 의도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어렵다. 쉽게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서, 또 문학 작품과 연결지어서, 과학자들의 삶과 연결지어서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패러데이나 맥스웰, 오일러, 아인슈타인, 디렉 같은 사람들의 이론을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그 이론들이 복잡한 우주를 해석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따름일 뿐인데...
읽기에는 어렵지 않다. 저자가 글을 평이하게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번역자가 쉽게 번역을 잘했다 싶기도 하다.
이 책이 쉽게 읽히면서도 내용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는 학교에서 과학과 수학을 배웠지만, 정작 수학과 과학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으며, 또 수학과 과학을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로만 여겼지, 그것이 정말로 우리들 삶에 필수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작 학교 교육에서는 수학이나 과학 문제의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과 연결이 되며, 그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학문인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과학자들, 수학자들, 자신만의 연구실에 또는 자신들만의 공동체에 파묻혀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학문을 사람들 곁으로 가지고 다가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처럼.
그럼 우리나라 학생들도 학업성취도 시험에서만 성적이 높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생활에서 과학이나 수학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