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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
리처드 거버 지음, 안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성장
-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 번 뒤채고는 오리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이 시는 어린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성장해가는 어린이를 바라보고,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독립된 생활을 하기 직전의 두려움, 그러나 갈 수밖에 없음. 그 길이 험난한 길일지라도 가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부모는 자식이 평탄한 길로만 갈 수 없음도 알고 있다.
하여 부모는 오늘에서 자식의 내일을 보고, 또 오늘에서 자식의 내일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내일이 왔을 때 자신의 길과 자식의 길이 다름을 알고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쩌면 부모의 길이란 자식이 더욱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그렇게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리라.
이와 마찬가지로 교육 역시 오늘에서 내일을 바라보는 일이다.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살 수 있는 것, 그렇다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즉, 오늘에 내일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에서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그런 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학교의 주인은 누구여야 하는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누구인가? 그것은 부모가 아니듯이 교사도 아니다.
주인은 자식이어야 하고, 학생이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의 모든 것은 학생을 중심으로 짜여져야 허하는데, 이런 사실을 교육행정가들은 잊고 있다는 판단을 저자는 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는 내일을 보여주기 보다는 오늘에 머물러 있는데, 이 오늘도 자식의 오늘이 아니라, 자신의 오늘, 즉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오늘로 학교를 판단하고, 학교를 유지하려고 하니,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학교란 과거의 유물만을 전수해주는 기관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
자신들이 뛰어놀 커다란 바다로 보내주지 않고, 산골에서 보호를 받으며 지내라고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은 바다로의 여행을 하면서 온갖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고 만들어가면서 성장해 가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학교가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그 현실을 직시한다면 나은 교육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문제를 문제로 인식한 순간 해결책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교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학교는 당연히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오늘에 미래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하나 생각할거리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초등학교 교장으로서 실천을 했던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로 읽고 생각해볼만한 책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도, 이런 책은 교과부 관료들이나 교육청 관료들, 또는 학교의 행정가라고 할 수 있는 교장, 교감이 먼저 읽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문제의식은 현직의 교사들이 치열하게 느끼고 있는데, 정작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