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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 - 악의 시대, 도덕을 말하다
샘 해리스 지음, 강명신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인간은 뇌다.
과연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속속 우리들의 행동 원인이 밝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행동이나 사고가 달라지는데, 여기에는 또다른 신경전달 물질들이 개입하기도 한다.
아마도 뇌과학이 더 발달하면 인간의 몸도, 정신도 기계와 같이 조작적이 도구로 판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정신이, 영혼이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즉, 인간을 구분하는 이원론이냐 일원론이냐는 논쟁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뇌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을까?
뇌 말고도 인간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또 뇌말고도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제어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이 책은 저자는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은 뇌에 대해서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되는 발전 속에서는 뇌에 대해서 많은 것이 밝혀질테고, 그렇게 되면 인간의 행동이나 사고에 대해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도덕도 마찬가지다. 정신의 영역에 있었던 도덕을 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도덕이 뇌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도덕적 상대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만다.
도덕은 문화적 상대주의에 따라서 존재해서는 안되고, 옳고 그름이라는 차원에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고, 이는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이 뇌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종교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종교가 도덕의 확립에 이바지한 것은 인정하지만, 각 종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교리들이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렸기에 종교는 엄밀한 의미에서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하여 과학자들이 종교와 타협을 하려는 모습을 이 책의 저자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거야 그렇다고 쳐도, 한 가지 의문이 드는데...
인간을 뇌로 환원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뇌의 많은 작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밝혀진다고 해도 뇌의 작용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 무엇이 없다면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뭐지 하는 생각.
하여 뇌를 중심으로 도덕을 이야기하고, 이것을 토대로 인간의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만약 모든 것을 뇌로만 이야기하면 도덕은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행복은 사라져버리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도덕과 뇌의 작용을 연결시키는 시도는 할만한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에게는 뇌에 대해서 밝혀야 할 사실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