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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ㅣ 카프카 전집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서용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편지는 개인의 드러나지 않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900년에서부터 1924년 그가 죽기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보냈던 편지의 모음이다. 중간에 사라져버린 것도 있고, 또 다른 책으로 펴내기 위해 뺀 편지도 있지만, 알려진 주요 인물들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이다.
읽으면서 우선 부러웠던 점 하나는 친구들이 이렇게 평생토록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우리나라 옛어른들도 친구들, 또는 다른 사람들과 왕래한 서신을 모아 서간집을 펴내기도 했지만, 요즘은 편지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으니 말이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우체통이 거의 사라졌으며, 종이에 정성들여 글을 써서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모습도 사라졌다.
여기에 받은 편지를 모아두는 면장철이라는 것도 요즘으 거의 쓰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는 바른 속도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버리고 말았는데...
너무도 빨라서 이메일도 느리다고 카.톡이라든지, 또는 핸드폰 문자메시지의 짧은 문장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긴 글을 쓰는 일이 과거로 사라져버린 지금, 그 과거가 내 눈 앞에서 펼쳐졌으니 부러울밖에.
또 하나 생각나는 점은 그가 자신의 권리주장에는 철저했다는 사실. 월급이나 승진에 관해서 자신이 속한 공사에 보낸 편지를 보아서는 그렇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모습, 이게 당연한데,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노동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아직까지도 노동조합을 무슨 이상한 단체 취급하는 자본가들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살아서 그런가...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 하긴 사람이 24년간 쓴 편지를 모았으니 방대하기는 하겠지만, 참...
약혼녀였던 펠리체에게 쓴 것과 그의 작품을 번역했던 밀레나에게 쓴 것은 빠졌는데도 편지 분량으로면 900쪽이 넘는다.
그래도 카프카란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서 좋았다고나 할까.
카프카에 빠져 지내는 요즈음이다. 앞으로 몇 권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