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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17대 대통령의 시대가 가고 18대 대통령의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가 오는 해의 첫날이다.
지난 대선에서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정치적 능력이나, 인간적인 품성,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가장 큰 논점은 바로 경제였다. 이 경제가 17대 때도 가장 큰 문제였는데, 또다시 5년이 지난 뒤 18대 때도 경제다.
아니 어쩌면 IMF를 겪은 이후부터 우리에게는 경제가 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치인을 그의 과거와 상관없이, 그의 정치 능력과 상관없이 지지했는지도 모른다.
한 번 16대 때 경제를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지지를 하기도 했지만, 이런, 그 때 정권도 경제에 관해서는 우리를 더 힘들게 해서, 정치보다는 경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더욱 확고하게 심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아이엠에프 이후, 신자유주의라는 광풍에 중산층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지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이 되고, 청년들은 88만원 세대라는 소리를 들으며, 이태백이라는 신조어(이십대 태반이 백수)까지 등장하였으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보다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생존이 더 급한 문제로 다가온 때였다.
그러니 '747'이라는 화려한 공약(空約)을 내건 사람이 당선이 되었지. 747점보 비행기가 멋지게 이륙한 것이 아니라, 이륙도 못하고 두 동강 나 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면 여기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대기업에, 다국적기업에 종속된 언론들이 신자유주의 비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서 신자유주의의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오호라, 개인의 책임이라니...세계경제의 시스템이 신자유주의로 굴러가고 있는데... 그런 5년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엔 '경제민주화'라는 걸 들고 나왔다. 함께 살자는. 말은 좋은데, 과연 신자유주의를 그냥 내버려두고 이게 가능할까.
아니다. 라고 답해야 솔직한 답변이 된다. 아니라고 얘기하는 정치인이 솔직한 정치인이고, 아니라고 얘기하는 경제학자가 공부를 제대로 한 경제학자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니, 많다. 다만 우리의 귀에까지 들리지 않을 뿐이다. 언론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이 침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이제 새 시대가 시작된다. 새 시대는 '성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지속적인 성장이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우리는 새 시대를 저성장, 어쩌면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찾는 기간으로,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하는 시대로 삼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는 그래야 한다고 한다.
'마이너스 성장 사회에 대한 대비는 지역 식량 생산으로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농촌 지역으로의 이주를 권장하며, 단순한 생활 양식을 가진 지속 가능한 새로운 공동체를 설립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기본적인 필수품도 지역에서 생산하며, 지방으로 분산된 에너지 자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97쪽)
이것은 '지역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를, 정치를 확립하자는 주장으로 나아가고, 이는 지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IMF(국제통화기금)와 WTO(세계무역기구)를 대신할 수 있는 세계환경기구(WEO)를 만들자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자본에 의해 주권을 상실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대신에 주권도 보호하고, 약자도 보호하며, 더불어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약한 나라들부터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삶을 살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이 책을 통해서 낱낱이 까발리고 있으며, 대안은 없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주장에 대안이 있음을, 이미 대안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작, 우리나라는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 적어도 새 정치를 시작할 사람이라면 이 정도 책은 읽고 고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다시 747처럼 이륙도 못해보고 땅에서 두 동강이 나지 않도록, 그 많은 환경파괴 에너지가 드는 이륙을 하지 않고도 이 땅에서 서로가 서로에 의존해, 인간이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
말로만 하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그 경제민주화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지역화임을, 공동체 만들기임을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러한 정책을 실시하도록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살펴야 하고, 우리의 주장을, 삶에 대한 주장을 그들의 귀에 들어갈 수 있게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
성장의 경제학이 아니라, 행복의 경제학.
새 해, 시작하는 날. 경제, 사람도 살리고 자연도 살리는, 서로 함께 살아가는 그러한 경제가 되도록 했으면, 그런 시작의 해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