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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 닮은 듯 다른 한옥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이상현 지음 / 시공아트 / 2012년 11월
평점 :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김진애가 쓴 책의 제목이 '이 집은 누구인가'이듯이 집은 바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사는 집은 어떤가? 너무도 획일적이지 않은가. 아니 밖을 한 번 보라. 도대체 집들에 어떤 개성이 있는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네모난,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연과 어울리지 않고 자연 위에 군림하는듯이 서 있지 않은가. 소위 아파트라는 이름도, 연립이라는 이름도, 빌라라는 이름도, 아님 오피스텔이라는, 고시텔이라는 이름도 모두 그렇게 비슷비슷한 모양과 쓰임새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집들의 개성을 찾는다는 일은 쌍동이들의 차이를 발견해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렇다고 차이가 없지도 않으니, 아파트들의 이름이 다르고, 내부 구조에서 요즘은 사는 사람의 편의나 취향을 고려한다고 하니, 같음 속에서도 다름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같음 속에서 다름을 추구하는 건축, 이것이 바로 한옥에 담겨 있는 건축철학이자 건축미학이다. 얼핏 우리는 한옥을 보면 다들 그게 그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한옥은 자기들만의 멋과 맛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면 한옥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더욱 느낄 수 있게 된다.
우선 한옥은 자연을 거슬르지 않는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그래서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한옥은 자연과 어울리면서도 사는 사람의 편리성을 저버리지 않는다.
단지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살기에도 나름의 편리성을 살리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건축이 천 년 넘게 이어져 왔으리라.
또한 한옥은 나름대로의 멋을 지니고 있다. 조화와 편리에만 머물지 않고 사는 사람의 취향이 드러나게 멋을 부리고 있다. 하여 보기에도 좋다.
이러한 한옥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그 집에 대한 이야기, 집을 지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집과 자연과의 조화, 그 집만의 특성과 아름다움 등이 한옥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이 된다.
하여 서울의 북촌에 있는 한옥들과 전주에 있는 한옥 마을만을 알고 한옥은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한옥의 새로운 모습을 전달해준다.
한옥이 품고 있는 포근함, 여유로움, 그리고 어울림, 멋, 실용성 등이 사진과 함께 잘 드러나 있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느끼게 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데, 그러한 집이 바로 한옥에 오롯이 담겨 있으니, 멀리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한옥이 있는가.
또한 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실제도 한옥을 짓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한옥,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또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나름의 독창성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좋다... 우리나라 한옥. 그 아름다움, 그리고 한옥에 얽힌 이야기들. 한옥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됨이.
덧글
246쪽의 도래마을 홍기응 가옥을 설명하고 있는 대목에서
'풍산 홍씨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으로는 "임꺽쩡"을 쓴 벽초 홍명희가 있다. 그의 아버지 홍승목이 바로 도래마을 출신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홍명희의 아버지는 홍범식이고, 홍승목은 홍명희의 할아버지다. 아마도 할아버지에서 할자가 빠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