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사 5 - 대중매체 1960~2000 유럽 문화사 5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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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상품이다. 이런 전제를 두고 이 책을 서술했다고 한다. 문화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말을 엘리트들이 한다면 문화는 상품으로써 소비된다는 말은 대중들이 한다고 봐야 하나? 즉, 엘리트들이 독점하고 있던 문화들을 대중에게도 향유하게 하는 과정이 바로 문화의 발전이고, 기술의 발전이고 인류의 발전과정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1800년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오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비중이 달라졌을 뿐이고, 기존의 문화가 대중에게 침투해 들어가고,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는 모습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렇담 나는 어떤 문화를 누리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올해로 한정지어서 이 책에 나와 있는 문화들을 나에게 적용시켜 보면, 나는 책은 읽었다. 평균 독서량을 넘어설 정도로 책은 읽었고, 신문은 정기구독하는 신문이 하나 있고, 주간지도 역시 하나 구독하고 있으며, 격월간지는 네 가지를 보고 있으니 인쇄매체에 대한 접근은 많이 하고 있는 편인데...

 

그렇담 이제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텔레비전은 하루에 한두 시간은 보는 편이고, 영화는 몇 달에 한 번은 마음에 드는 영화라고 생각할 때는 가서 보니, 여기에 시디나 디브이디로도 가끔 보고 있으니, 영상매체에 대한 접근은 그런대로 하고 있는 편이라고 하고...

 

음악 분야에서는 이게 뭐라 말하기는 그런데, 올해 음반은 사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해 음원을 다운 받지도 않았으며, 엠피쓰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지도 않았으니, 기껏해야 음악에 대한 접근은 텔레비전의 음악프로그램이나 라디오를 통해 듣는 것이 전부였으니, 음악 분야는 좀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공연 분야에서는 오페라는 본 적도 없고, 오페레타도 마찬가지로 본 적도 없고, 가수들의 공연도 가지 않았고, 뮤지컬은 딱 한 번밖에 보지 않았으니, 게다가 무슨 연주회는 도통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 연극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니 공연 분야에서는 까막눈에 가깝다고 해야 할테니...

 

이런 나는 문화를 얼마나 향유하고 있는 인간인가? 나는 문화적 인간인가? 아니면 문화적인 면에서 아직은 많이 떨어져 있는 인간인가? 이런 문화가 나를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나를 구성하고 있는 문화는 이러한 상품으로 치환될 수 있는 문화에 상품이 될 수 없는 과거로부터 나를 규정하고 있는 어떠한 존재들이 또 있을테니... 문화는 상품이 될 수도 있지만, 상품이 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화의 역사를 쓸 때는 눈에 보이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쓸 수밖에 없으니... 이 책의 서술이 이러한 과정을 밟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이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상품으로 치환하여 상품이 아닌 것의 자리가 많이 좁아진 시대이기에 문화 역시 상품으로 치환되고 있을 뿐이지만, 문화는 상품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의 지은이도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미국 문화가 세계를 단일화하지 못했는가? 상품성이 가장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가가 개입하여 자국의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가 하는 생각을 이 책이 하게 하기 때문이다. 상품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어떤 문화의식, 그러한 의식이 문화를 하나로 단일화ㅡ표준화 못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담 우리는 세계의 대표적인 문화를 따르기도 해야겠지만, 우리만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세계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무조건 세계화를 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 우리 정서에 맞는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고.

 

각 지역에 각 인종이 각자의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이라는 어떤 보편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면, 비슷함 위에 다름을 수놓는 문화들이 인류를 더욱 풍성한 삶으로 초대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다. 단지 다른 나라의 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다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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