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이 휴전선을 넘어 우리네 초소에까지 와서 노크를 하면서 귀순을 했다고 한다.

 

아직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데, 북한 군인이 우리네 초소까지 오는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게다가 우리네 군인들은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이 북한 군인이 초소에와서 노크를 할 때까지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국방에 심각한 위험이 있다는 신호로 보면 정말 무섭다.

 

확실히 우리는 평화의 시대에 살지 못하고,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북한군과 총부리를 마주 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군인들이 그렇게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전방에서 지내는 군인들이 별다른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얘기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냥 그렇게 마음 놓고 있지 않았을까? 그러기에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넘어가는데 후방에 있는 우리는 국방이 뚫렸다, 안보태세에 구멍이 생겼다고 호들갑을 떠니, 우리 안에 어떤 공포가 잠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은 만성이 되어 있고, 후방에 있는 사람들은 공포를 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그 뉴스를 보고 갑자기 한 편의 영화와 소설이 생각이 났으니, 이건 무슨 오지랖이냐.

 

심각한 문제에 그러한 작품들을 떠올리다니... 사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네 마음 깊숙한 곳에는 어떤 "공포"가 자리잡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지금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이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그것도 바로 저 편에 인간의 얼굴을 한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 생각이 바로 "공포"이고, 이 "공포"가 어느 순간 튀어나오면 우리는 집단적으로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는 생각.

 

평시에는 가만히 숨어 있다가 한 번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현재 웃으며 함께 지내지만 언젠가는 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그럴 땐 나도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영화 한 편,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인 박상연이 쓴 "DMZ"

 

소설에서는 바로 이 "공포"가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공포를 우리가 마음 깊숙한 곳에 지니고 있기에 어떤 비극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런 "공포"의 문제가 빠져 있지만.

 

함께 보고 읽으면 좋은 작품들이다. 지금 이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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