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갈색 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차이와 차별을 구별해야 한다고, 양적인 동일성을 추구하면 안된다고, 각자의 특성을 존중해야 차이를 차별로 바꾸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과연 나는 차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런 생각을 하면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에서 남성이자, 고학력자(?), 중산층(?), 수도권에서 지내는 일은 차별을 의식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차별을 느끼지 못한다고 차별을 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예였으면 좋겠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예라는 대답보다는 아니요라는 대답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약자가 되어 있을 때일테니 말이다. 약자가 되기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알지 못하고 하는 차별.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학생들을 갈색 눈과 푸른 눈으로 나누고 하루씩 엄청난 차별을 받게 한 수업.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수업이라니... 일명 차별 체험 수업

 

철저하게 눈 색깔만으로 우월하다고 인정하고 온갖 특권을 주고, 다른 집단은 눈 색깔만으로 열등하다는 소리를 하루 동안 들어야 하다니... 게다가 반론을 제기할수록 그것이 자신이 속한 집단이 열등한 집단이라는 증거로 되돌아오니... 엄청난 차별임에 틀림없다.

 

이것을 수업으로 했다. 그것도 온종일, 하루씩, 이틀을. 이 수업을 한 교사인 엘리어트도 항의 전화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차별 교육이었는데...

 

무엇보다 우선은 교사와 학생 간에 신뢰가 쌓여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실험이라고 해도 의지나 감성이 한창 발달 중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하루동안 온갖 차별을 받게하는 일은 그 학생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하루의 수업으로 학생은 평생동안 상처를 안은채 (우리는 이를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살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수업을 한다는 사실은 학생과 교사간에 쌓인 신뢰의 정도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을 어루만져주고, 그 학생들로 하여금 그 하루동안의 차별교육이 자신의 몸에 각인이 되어 평생을 가게 한 사실... 이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럼에도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누구도 전제를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인간이 지닌 유약함을 보았다고나 할까. 권위에 매달리는 성질, 또는 집단에서 일탈될까 두려워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전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서 할 일만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한다. 아무리 초등학교 3학년이라도 눈 색깔만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구분하는데, 그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2부는 이런 차별 수업 그 후라고 할 수 있는데,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어른들 역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깔려 있는 전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권위나 기존 상식에 반하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존재를 걸어야 하고, 자신을 낯선 장소에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전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루시퍼 이펙트였던가? 권위를 지닌 인간의 말을 거역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함을 보여주었던 실험. 이 실험과 엘리어트가 한 차별수업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차별수업은 사람들의 몸에, 마음에 완전히 녹아들어가게 된다. 즉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런 수업을 모든 학교에서 하기는 힘들다. 교사와 학생 간에 신뢰가 쌓여 있지 않다면 이 수업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의 신뢰관계가 학교에 있는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이 수업을 응용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 책의 번역자가 실험한 역할극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역할극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왜 차별 수업을 차별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차별을 받지도 않고 하고 있지도 않은 사람이 배워야 하는가? 이것은 이 책에 답이 나와 있다. 보통의 사람, 또는 상류층에 속한 사람은 차별을 받고 그것을 몸에 체화하여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별을 받는다는 사실이 어떻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 그래서 우리 도처에 차별이 존재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차별과는 상관없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차별 수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선한 충격. 나는 차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생각해보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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