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영화관 가서 보지 못하고, 집에서 DVD를 빌려서 보게 되었으니...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씨름부에 들어간 아이. 그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해가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집 나간(?) 엄마, 전직 권투 선수인 마초라 할 수 있는 아빠 그 사이에서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자의 일보다는 여자의 일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받고, 아버지에게도 확실하게 말하는 그러한 영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주제를 그리 무겁지 않게 표현해 낸 영화여서 여러 가지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남주인공의 친구이다. 분명 고등학생이 분명한 남학생이고, 학교 공부와는 거리가 먼 남학생인데, 이 남학생이 주인공을 그리도 잘 이해해 준다. 그냥 너는 너고, 나는 나다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는다.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기에 이 친구는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자신의 친구를 이해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친구가 어떻게 성정체성을 가지고 남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 중심을 주인공에게 두지 말고, 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은 자기의 아들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아빠에게 두지도 말고, 바로 주인공의 곁에서 끊임없이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는 그 친구에게 두면 좋겠다.

 

그 친구에게 두면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그리고 내 친구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 그 친구가 그것을 못할 때 얼마나 힘들어 하겠는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이 아닌 친구가 추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친구. 어쩌면 그 친구로 인해 이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찾아갈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한다. 

이런 성에 관한 한 구절을 서울시 학생 인권조례에 넣기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지금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시대를 앞서갔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아직도 성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언가 꽉 짜여진 틀에 사람들을 가두려고 한다는 느낌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성에 관해서도 왜 공적인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는지... 이 영화를 봐라. 그 친구의 입장에서. 그 친구가 되어서. 그냥 내가 나이듯이 그 사람도 그 사람일 뿐이다.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인정 못하는 이유는 나에 대해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다른 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그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영화 보고 책도 읽자.

 

일리치의 "젠더"를 읽어도 좋고...

아니면 바로 이 책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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