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집 안에 장식용 책들이 꽤 있었다.
두툼한 전집류들과 그리고 고급스러운 재질로 겉표지를 장식한 양장본 책들.
아마도 이런 집에는 자랑스럽게도 백과사전류가 있었을테고, 그리고 철학 서적들도 있었으리라.
그냥 읽기 위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교양을 드러내기 위한 책으로.
당연히 이들 책 중에서 많은 책들은 나중에 폐휴지로 버려지거나 고물상에 넘겨지거나,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으리라.
종이의 질도 갱지 수준이라 몇 년이 지나면 종이의 끝 부분부터 누렇게 변색이 되어가고, 나중에는 바삭거리게 되어, 조금만 힘을 주어도 마른 낙엽처럼 부서져 버리기도 했으리라.
그런데도 그 책들은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보냈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제 몸에 받고 있었으리라.
그 때쯤 되면 장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니,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들어서면서 책을 읽는 습관이 변해가면서, 이러한 전집류들은 이제는 교양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교양없음을 꾸며주는 역할을 하는 쪽으로 인식이 변해갔는데...
책은 이제 무더기로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또는 가지고 싶은 책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독서의 문화가 바뀌었고.
이제는 전자책으로 인해 두껍고 무겁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종이책들은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나는 아직 종이책이 좋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 이 책들은 하나하나가 내 삶을 만들어온 내 삶의 일부이니까.
가끔 책을 둘 데가 없어 헌책방에 팔곤 하는데...
내 곁을 떠나간 내 과거가 내 새로운 미래에게 자리를 양보하지만, 마음은 아프다.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좋은 서가를 갖는 꿈.
이 책을 보며 부러움 반, 나도 해야겠다는 기대 반.
고려 때 어떤 왕은 적어도 만 권의 책은 소장하겠다고 '만권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요즘처럼 인쇄술과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는 이 만 권의 두 배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책의 숲이라고 "서림(書林)"이라는 이름을 짓고 싶은데... 그 앞에 수식어를 붙여야 하겠단 생각.
아직은 꿈을 꾸고 있는 생각. 이 책에 나온 책장들보다 더 나에게 어울리게 책과 함께 하고픈 소망을 다시금 자극한 책.
더위를 이기는 방법...
책의 숲에서 책욕(冊浴-이런 말이 있을까마는)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