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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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흔히 사실을 보여준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착각을 하고 산다. 하지만 손택의 글을 읽어보면 사진이 진실만을 보여주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후 맥락을 제거한 다음에 제시되는 사진에서 우리는 어떠한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지.

 

마치 맥락을 무시한 채 한 사람의 발언을 제시하고, 그 발언을 문제삼는 일부 언론들의 모습과 맥락을 제거한 뒤 사진을 제시하는 사람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도 거짓말을 한다는 브레히트의 말처럼, 사진도 진실을 왜곡하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손택은 우리 눈에 보이는 사진에 대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단지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의미를 읽어낼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요소 아니던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진의 선동에 넘어가는 무지한 군중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사진이 지니고 있는 의미에 대해 고찰한 글들이고, 이러한 글들을 통해 사진이 현대에서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파악하게 만드는 글들이다.

 

최근의 여러 일들과 겹쳐 이 글들이 머리 속에서 많은 사진 영상들을 불러내고 있었다. 읽는 내내.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는 87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최루탄에 맞은 이한열 열사를 부축하고 있는 사진.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일조를 한 그 사진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고, 그 다음에는 브레히트의 사진 시집, 또 이승하의 사진 시집이 떠올랐고, 여기에 리얼리즘 사진(이런 말이 있나? 사진은 본질적으로 리얼리즘인데...) 아니 다큐멘터리 사진(그냥 기록 사진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단 생각이 든다)이 떠올랐다. 매향리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피폐해져 가는 4대강의 모습을 찍은 사진, 그리고...

 

이런 사진들은 우리에게 이 현실을 기억하게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바꾸게 우리를 이끄는 역할도 한다. 이 때 사진은 바로 현실적인 힘으로 전환된다.

 

누구나 찍기 쉬워진 요즘 시대. 어쩌면 우리는 사진보다는 영상으로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진은 움직임 중에서 어떤 한 부분을 정지시킨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더 큰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도 사진은 우리에게 유효하다. 이 점이 아직도 계간지나 격월간지에 사진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리라.

 

손택의 글을 읽으며 우리 삶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함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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