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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미술의 대화
박신자 지음 / 청동거울 / 2004년 12월
평점 :
문학과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중.
예전부터 관련이 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문학과 미술에 관해서 쓴 책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미 문학과 미술의 관계는 문학과 음악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다고 해야 하나.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가면 삼국지 거리가 있다. 그 거리에 가면 삼국지의 장면을 벽화로 그려놓은 벽들이 연속되어 있다. 그림만을 보아도 삼국지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림과 소설이 상호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얼마나 서정적인 소설인가. 얼마나 서경적인 소설인가. 허생원과 조선달이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을 달밤에 걷는 정경은 한 폭의 수채화, 풍경화가 되지 않겠는가.
또한 이상은 어떤가. 그림에도 재주가 있었던 그는, 친구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주기도 하지 않았던가. 이와 같이 예전의 작품에는 삽화가 반드시 들어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소설에도 삽화가, 특히 신문 연재 소설에는 삽화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그 그림들이 단지 소설을 보충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소설을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에서 펼치고 있는 주장이 생경하지는 않다. 다만 우리의 문학 작품을 예로 들지 않고, 글쓴이의 전공인 독일문학을 예로 들고 있어서 우리가 모르는 작품이 많다는 흠이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그 책의 내용 하나하나가 아니라, 책에서 쓰고 있는 방법론이다. 그러한 방법론을 익히면 어떠한 작품에도 적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국문학에 대해서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일테다. 결국은 우리에게 돌아오는 그러한 공부.
그러한 생경한 내용의 작품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든 작품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듯이 예술은 서로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종류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예술만을 파는 일도 좋겠지만, 다른 예술도 공부한다면 더 폭넓은 이해에 도달하지 않을까 한다.
독일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책이 될 터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독일문학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문학과 미술을 어떠한 방법으로 융합시키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작업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