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철수다 청소년오딧세이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철수는 철수고, 나는 나고. 성철 스님이 말해서 유명해졌다는 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이 당연한 말이 우리 마음에 다가오는 이유는, 이것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 때문이리라.

 

철수는 철수여야 하는데, 과연 철수가 철수일까? 철수는 태어나면서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자신만의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철수가 중학교게 들어가면서부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준태라는 친구와 비교당하면서 엄마와 갈등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 비교되는 대상은 다른 것들도 있지만, 오직 하나로 수렴이 된다. 그것은 바로 성적이다. 시험 성적.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문제, 시험 성적. 이 시험 성적 하나로 대부분의 학생들의 희비가 갈린다. 잘 본 학생은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으며, 못 본 학생은 마치 죄인이 된 듯한 모습으로 지내야 하는 상황. 여기에 부모들의 딴 집 애들은 어떤데 하는 소리까지 들으면.. 그야말로 정말, 자신이 자신인지 분간이 안 가게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철수는 그러나 건강하다. 이 건강한 모습이 병국이라는 공부의 세계와는 멀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리고 그를 인정해주는 가족이 있는 친구 덕이기도 하지만, 엄마와도 소통이 된다는데 있다.

 

철수처럼 엄마에게 반박을 하는 아이는 건강한 아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소설의 철수처럼 성적이 나빴을 때 부모에게 반박을 하기는커영 죽은 듯이 찍소리 못하고 쉬쉬하고 있는 형편이 아니던가. 그래서 철수는 나중에 글쓰기로 자신의 응어리를 풀어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응어리를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지는 않은지.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쳤던 아이들이 몇 십년 전 얘기인데, 아직도 우리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는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지.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쩌면 자신들의 체면을 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어떤 광고의 학부모와 부모의 차이처럼 자식이 지니고 있는 그 많은 장점들이 단지 성적 하나로 묻혀버리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짤막한 분량에 짧은 문장들이 경쾌하게 소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한 성적으로 엄마와 갈등하는 철수의 모습이 비극적인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고, 희극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현실이 그리 가볍지 않은데, 소설은 이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그려나가고 있다. 사실, 시험 성적이라는 것은 이 소설처럼 가볍게 여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다른 더 많은 장점들을 살리고,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것이리라. 아이를 아이 자체로 보자. 아이는 시험 점수의 종합이 아니다.

 

주인공이 중1이니, 중1들이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사실 이런 소설들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삶을 살려면, 이런 소설들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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