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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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의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23쪽

사진은 별 손해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나 특권층이 무시하고 싶어하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다.-24쪽

정보 과잉의 이 시대에는 사진이야말로 뭔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자 그것을 간결하게 기억할 수 있는 형태이다. 사진은 인용문, 그도 아니면 격언이나 속담 같은 것이다.-44쪽

실제로 발생한 죽음을 포착해 그 죽음을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 일은 오직 카메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93쪽

전쟁을 가장 솔직하게 재현해 놓은 것, 어떤 재앙으로 부상을 입은 신체를 가장 솔직하게 재현해 놓은 것은 우리에게 지극히 낯선 존재들, 그래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피사체가 우리에게 더욱 더 친숙할수록, 사진작가는 훨씬 더 신중해지는 법이다.-98쪽

사진 배경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있고 이국적이면 이국적일수록, 우리는 죽은 자들이나 죽어가는 자들의 정면 모습을 훨씬 더 완전하게 볼 수 있다.-109쪽

곳곳에 존재하는 이런 사진들, 이처럼 끔찍하기 짝이 없는 사진들은 이 세상의 미개한 곳과 뒤떨어진 곳에서야 이런 비극이 빚어진다는 믿음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110쪽

대중에게 공개된 사진들 가운데 심하게 손상된 육체가 담긴 사진들은 흔히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찍힌 사진들이다.-112쪽

어떤 고통을 전세계적인 것으로 다룸으로써 실제보다 과장되게 만들 경우, 사람들은 자신들이 훨씬 더 많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게다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고통이나 불행은 너무나 엄청날 뿐만 아니라 도저히 되돌릴 수도 없고 대단히 광범위한 까닭에 아무리 특정 지역에 개입을 하고 정치적으로 개입을 하더라도 그다지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 버린다. 어떤 문제가 이 정도의 규모로 인식되어 버리면, 고작 연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당 문제를 추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122쪽

사진의 예시 기능은 의견, 편견, 환상, 잘못된 정보 등을 그냥 놔두게 만든다.-129쪽

모든 기억은 개인적이며 재현될 수 없다. ... 우리가 집단적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기하기가 아니라 일종의 약정이다. 즉,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이것을 중요한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라고 우리의 정신 속에 꼭꼭 챙겨두는 것이다.-131쪽

문제가 되는 것은 사진만을 기억한다는 데에 있다. 이렇듯 사진만을 통해서 기억하게 되면 다른 형태의 이해와 기억이 퇴색된다.-135쪽

문학은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208쪽

문학, 그것도 세계 문학에 다가간다는 것은 국가적 허영심, 속물 근성, 강제적인 편협성, 어리석은 교육, 불완전한 운명, 불운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학은 광활한 현실로, 즉, 자유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권이었습니다. 문학은 자유였습니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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