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강은주 지음 / 아카이브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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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2011년. 세상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사고가 일어난 해. 안전하다고 말하던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아니면 자신의 삶터에서 쫓겨나야 했던 해. 그리고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진행이 되고 있는 문제가 발생된 해.

 

체르노빌, 후쿠시마. 아마도 이 도시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구상 가장 큰 재해 중의 하나로.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재해 중의 하나로 말이다.

 

체르노빌은 사고가 발생한 지 26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은 살 수 없으며, 원인 모를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원자력 발전소는 아직도 제대로 폐쇄되지 않았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여기에 2011년 겨우 1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인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체르노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의 일처럼 취급했다.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오히려 우리나라 원자력을 세계에 수출할 절호의 기회라고 떠들어대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원자력 발전소를 멈추거나 앞으로 어떻게 폐쇄할 것인지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도 건설하겠다고, 지금의 23기도 부족해서 더 짓는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생각들을 지니고 있는지. 이번 총선에서도 원자력발전의 문제는 강하게 제기되지 못했고, 원자력발전 폐기를 들고 나왔던 녹색당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는 원자력 발전이 거대한 집단들의 연합으로 작은 힘으로는 막기 힘든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체르노빌에서도 후쿠시마에서도 사고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안전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3개 원자력 발전소 중 하나라도 큰 사고가 난다면 이는 거대한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올텐데...여기에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겠다니.

 

체르노빌, 후쿠시마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이 책에 나와 있다. 결국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고, 발전 중에도, 또 사고가 난 뒤에 더 큰 희생을 당하는 존재들은 평소에도 힘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이 책 곳곳에서 알 수 있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을 때의 피해만을 생각하기 쉽다.

 

폭발했을 때의 피해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고, 그러한 폭발 사고는 몇 십년이 지나도, 아니 몇 백년이 지나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뒷부분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굳이 폭발 사고가 아니더라도 원자력발전소는 건설과정부터 작동 중일 때도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삶터를 잃어야 하는 사람들에서부터, 한 마을 공동체가 얼마나 철저하게 망가지는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인근 마을에서는 송전탑 문제로 또한 자신들의 생활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인해 마을이 파괴되고, 또한 보관한 방법도 별로 없어 먼 미래 세대에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발명한 오만한 기술이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현실. 그래서 대안이 뭐냐라는 말을 하기 전에, 이 기술은 우리가 사용해서는 안되는 기술이라는 인식을 먼저 지니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적정기술과는 거리가 먼 기술이기에 하루바삐 다른 기술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생활방식을 되돌아보고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에는 원자력발전으로 만든 전기로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단다. 이 내용을 읽는 순간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원령공주"가 생각났다. 인간이 만든 무기 총으로 인간이 자연의 신을 살해하는 순간, 자연이 처절히 죽어가는 장면. 거기에서 멧돼지 지도자가 했던 말. 점점 자신의 종족들이 작아지고 있다는. 인간의 힘이 늘어날수록 자연의 힘은 약해지고, 자연의 정복이 가속화될수록 인간도 역시 제대로 살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데... 총이 아니라 원자력은 그야말로 핵임을 우리가 인식한다면... 영화의 끝장면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자력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공존, 아니 생존을 위해서는 폐기되어야 할 기술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나 할까.

 

무지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원자력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 실상을.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원자력을 핵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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