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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멈춰! - 보살핌 우정 배움의 공동체 ㅣ 평화샘 프로젝트 2
문재현 외 지음 / 살림터 / 2016년 7월
평점 :
학교, 뜨거운 화두다.
학교를 보내면서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기도 하고, 또 학교 폭력이 심각하다고 경찰들까지 배치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내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고, 청소년기엔 다들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배움에서도 생활교육에서도 학교에 그리 만족하지 않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보낸다. 아니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자신들의 길을 스스로 찾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수의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고도 행동도 학교에 규정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떤 존재인가? 자아실현을 하게 하는 장소이어야 하는데,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알려주지 않는 공간이 학교이다. 학교는 지식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지식 습득에 뒤처지면 생활도 뒤처지게 된다. 자연스레 그런 학생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거나 집단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결국 성적, 성적 하는 학교가 폭력을 조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폭력은 반복될 뿐만이 아니라 확대재생산된다.
청소년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폭력의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단순한 한 때의 다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가해자도 역시 정신적으로, 삶적으로 피폐해진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은 교사들이 평화샘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천결과를 책으로 내었다. 북유럽의 실천을 받아들이고,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고쳐서 폭력을 없애는 나름의 지침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지침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하나하나 따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폭력의 반대가 평화라는 사실, 보살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보살핌이 학교에서 살아날 수 있음을 자신들의 실천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 실천 중의 하나인 폭력에 대처하는 4대 규칙을 보자.
1. 우리는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2. 우리는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을 도울 것이다.
3. 우리는 혼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할 것이다.
4. 만약 누군가가 괴롭힘당하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학교나 집의 어른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누구나 실천하기는 힘든 이 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멈춰!"를 도입한다. 괴롭힘이 있을 때 피해자가, 또는 주변의 친구들이 멈춰라고 말하고, 회의를 소집한다. 회의과정에서 역할극을 하고, 이를 다른 경우로까지 적용하여 일반화한다. 그래서 폭력을 단지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서 평화를 만드는 차원으로까지 나아가게 한다.
이 제도가 정착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교사부터 선언해야 한다는 사실, 본인부터 체벌을 하지 않겠다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존중하겠다는, 폭력에는 끝까지 책임지고 대처하겠다는 그런 선언을 해야 한다고 한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교사가 하고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평화가 깃들도록 하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아니, 반드시 교실에 평화가 깃들도록 해야 한다.
남학생의 사례에서 여학생의 사례, 직접적인 폭력에서 간접적인 폭력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들고, 그 해결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학교 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교사들이 꼼꼼이 이 책을 읽고 대처한다면 학교 폭력이 많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 책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풀어가기에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그 수준에 맞는 해결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데 있다. 담임이 거의 모든 시간을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초등학교와 담임이라고 해도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중,고등학교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러한 실천사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평화샘들이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럴텐데, 중,고등학교에서도 이러한 실천사례들을 정리해서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폭력이 일어났을 때 그에 대처하기보다는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평화로운 학급, 보살핌이 있는 학급, 학교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럼, 우리 아이들에게서 우리는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 다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학습에 시간을 쫓기는 아이들에게서는 평화는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자신을 차분히 돌아보고, 남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면 폭력은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