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인류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담으로 세상 읽기 지식여행자 14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책, 이게 두 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은 발명마니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자유로의 사고와 거침없는 표현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생각과 거침없는 표현이 잘 드러나고 있다. 또한 박학다식하다. 정말로 많이 안다. 아는 것을 우리에게 쉽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파사현정(破邪顯正) : 그릇된 것을 깨뜨려 바른 것을 드러낸다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 교수신문에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싣고 있다. 이 파사현정이란 말은 2011년을 대변한다고 하는 사자성어다.

이 말의 뜻을 풀이해주지 않으면 '아, 이런 뜻이구나'하고 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한자어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한글이 이미 우리 말의 중심이 된 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한 나라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꼭 이렇게 한자어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식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우리나라에 속담이 얼마나 많은데... 그 속담들 중에서 한 해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골라 발표를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얼마전에 "미주알 고주알 우리말 속담"이란 책이 우리말 속담에 대해 우리의 문화와 우리의 삶과 관련지어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 책을 읽으며 참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이번에 읽은 이 책은 한 나라의 문화, 생활을 넘어서 세계적인 공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속담이라는 것이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골고루 퍼져 있으며 또한 민족이라는 특수성이 인류라는 보편성에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속담이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면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니, 속담을 아는 것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속담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우리의 생각을 드러내는 도구가 되어 있는데, 이 도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구라면 속담에 대해 안다는 사실은, 이미 우물을 벗어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속담을 아이들이나 쓰는 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이 책의 마지막 속담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어 이미 시작을 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시작의 중요성을 알리는 말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지만, 그리고 이 시작을 끝까지 밀고 나갈 노력의 중요성도 우리나라의 '공든 탑이 무너지랴'처럼 세계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고, 또 그것을 밀고 나가 제대로 된 끝마무리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세계 어디서나 인종을 불문하고, 장소를 불문하고 비슷하다는 생각. 그래서 우리는 인류라는 동료애를 지니고, 인간애를 지니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이 책에 어울리는 말이다. 아니 보기 좋은 떡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러나 구성면에서 참 재미있게 되어 있다. 속담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부터 나오지 않는다. 속담을 작은 제목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각 속담의 시작은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와 속담이 연결이 되고, 각 나라의 속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기 시작한다. 보기 좋은 떡이라고 하기보다는 읽기 좋은 책이 이해하기도 쉽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재미도 있고, 읽으면서 생각도 할 수 있고, 여기에 사회문제까지 건드려주고 있으니, 속담을 통해 두 마리 새를 모두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군데 생각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 세상 일을 바로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세상일을 속담으로 표현해내고 있으니, 촌철살인, 그야말로 재밌게 읽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글쓰기, 지금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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