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 금지구역 - 2012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해바라기상 수상
프란시스코 산체스 지음, 나타차 부스토스 그림, 김희진 옮김 / 현암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체르노빌, 몇 사람이나 기억할까. 우리나라에선.

 

아니, 그 심각성에 대해 고민이나 해봤을까? 아주 먼 나라 얘기, 전혀 우리와는 상관없는. 그리고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 우리 세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겨우 26년이 지났을 뿐인데.

 

1986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체르노빌 사태와는 전혀 상관없이,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하고 아시안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2년 뒤에는 88서울 올림픽이라고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은 우리들 머리 속에 있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저 남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이 체르노빌은 1986년에 일어났다치고, 작년에 일어났던, 그것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인 일본에서 일어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도 남 얘기에 불과하다. 이토록 빨리 잊을 수가 있을까. 이토록 빨리 잊힐 수가 있을까?

 

잊게 만드는 어떤 기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니게 되는데, 옆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는데,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하고, 원자력 발전을 수출해야 한다고 하니, 이건 도대체,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대해서는 "침묵"

 

오로지 "침묵" 할 것.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에너지,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고 알고 지낼 것.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원자력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알리려고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하려고만 했으니, 어떤 거대한 "침묵의 뿌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만화로 나왔다. 체르노빌에 대해서. 그 동안 관심있는 사람들은 체르노빌에 대해서 책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해서 대략은 아는 내용일지라도, 이렇게 만화라는 매체로 나오면 다른 느낌을 준다.

 

우선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 글보다는 그림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 만화는 특히 대사가 적다. 체르노빌이라는 거대한 암흑 앞에서 많은 말들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말들을 하지 못하게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즉 침묵하기를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주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만화는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만화 역시 예술이기에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작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화가 사실보다도 더 사실다울 때가 있다. 그것은 사실에서는 우리가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아 말을 잊을 수가 있는데,(강한 충격에 표현을 하지 못하고 어~어~만 연발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안다) 만화는 그러한 충격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을 때 작품으로 창작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주의 만화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사실을 예술로 형상화해서 사람들에게 사실을 전달한다기보다는 진실을 깨우치게 해준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슬픈 현실. 꼭 남의 얘기만은 아닌. 이 책의 부록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현황을 보라. 우리나라가 몇 번째로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지.

 

결코 잊어서도 안 되고, 잊혀져서도 안 되는 그러한 이름. 체르노빌, 그리고 후쿠시마.

 

이 만화는 우리에게 그 이름을 기억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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