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지 일년이 지났다. 일본에서는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하기도 했는데...

 

단지 추모행사로 끝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인류가 초래한 재앙을 인류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원자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옳다고 생각한다면 실행하라는 말.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옳음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절인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 때가 기회라고 한다. 원자력을 확장할 수 있다. 원자력 강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세상에 남이 힘들어할 때 남을 위로해주고, 남이 안되었을 때 왜 안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타산지석의 자세를 지녀야 하는데, 이 때가 기회라니,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이렇 때 쓰다니.

 

게다가 얼마전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전원장치가 멈추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지 않는가. 그 사고가 무려 20분이나 지속이 되었는데,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감추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우리는 일본이 그렇게 원자력 사고로 고생하고 있는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단 말인가.

 

이렇게 배울 수 있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단 말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벌써 몇 호째 녹색평론에서 원자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꾸준히 거의 일년간, 아니 그 전부터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으니, 벌써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원자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도대체 귀들이 있는지 없는지 듣지를 않는다. 그 답답함. 녹색평론의 글들이 꼭 민들레 씨앗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하얗게 뒤덮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도 무시하고, 오히려 귀찮아 한다. 그러나 이 민들레 씨앗들은 어느 새 자리를 잡아 노란 민들레를 피운다.

 

그 때 세상은 조금 환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민들레에 주목한다. 녹색평론도 그렇다.

 

말3


땅에 뿌릴 두고

우리 이 자리에 있기만 해선

꽃을 피우지 못 해

산들바람에도

우린 날아가야 해

 

민들에 씨앗들이

작은 바람에도

제 존재를 허공에 날려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제가 뿌리 내릴 곳을 향해

 

다른 풀들이 있는 곳

다른 꽃들이 있는 곳

팍팍한 땅

전혀 꽃피울 수 없을 것 같은

보도블록 사이에도

씨앗들은 제 자릴 잡아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야 민들레 씨앗인 것을

꽃을 피워 세상을 바꾸는 씨앗인 것을

남들이 귀찮아 해도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은 세상을 하얗게 하얗게

뒤덮는다. 

노란 꽃이 필 때까지 

 

꽃이 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녹색평론의 글들이 민들레 씨앗처럼, 곧 다가올 봄처럼 하얗게 하얗게 세상을 덮고, 또 노랗게 노랗게 세상을 비출 것이라고.

 

원자력이 단순히 방사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울렸다. 이번 호에 실린 송전선 문제에 관한 글. 왜 그리 슬프던지.

 

원자력과 전혀 상관없고, 전력과도 그다지 상관없이 살던 마을에 대도시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탑이 건설되어야 하고, 그 송전탑으로 인해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방사능은 사회적은 문제라도 일으키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런 송전탑 문제, 원자력 발전소로 인해 생기는 또다른 피해를 나는 알고나 있었던가 반성이 되고.

 

원자력이라는 거대 산업이,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반생태적이며, 반인간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글이다. 슬프다. 이런 사실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도대체 귀 없는 정치가들은, 과학자들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으니.

 

그래도 민들레 씨앗처럼, 언젠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것이라는 희망을 지니고 녹색평론을 읽는다. 읽는 행위 자체가 내 삶을 조금이라도 되돌아보게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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