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79호를 읽다.

 

이번 호 기획이 학교폭력 vs 폭력학교다.

 

다른 꼭지들이야 대안 교육에 관한 이야기들이나,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채워져 있다면 격월간으로 나오는 이 잡지에 특집 기사는 그 때 그 때 이야기 되는 논점들이나, 또는 민들레 나름대로 다루고 싶은 기획을 담고 있다.

 

이번에는 학교 폭력, 요즘 하도 떠들어대니, 민들레에서는 다루고 싶지 않았으나, 한 사람의 편지를 받고 학생의 입장에서 아니면 다른 각도에서 학교 폭력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교과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크게 세 가지 정도라고 해야 하나?

 

첫 번째는 체육 교과의 수업시간을 늘린다. 체육이 폭력을 어느 정도 순화시키는 것은 인정하나, 체육시간만을 늘린다고 폭력이 해결되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대책. 게다가 1000명이 넘는 학교도 많은데, 이들이 체육활동을 할 공간도 부족한데, 오히려 이러한 획일적인 강제가 더한 폭력을 낳는다는 사실을 교과부만 모르고 있는지... 그래서 민들레에서는 학교 폭력이란 말과 더불어, 폭력 학교라는 말을 쓰고 있다. 모든 것을 획일화해서 하나로 함께 하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폭력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복수담임제 실시... 이거 참.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서로 담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단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급당 2명씩 담임을 배치할 수 있는 교사수도 되지 않는데, 그런 현실을 아는지... 교사라는 직업이 철밥통이 된 지 오래지만, 이 철밥통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는 하나? 역시 마찬가지로 공염불인 폭력 대책.

 

세 번째는 경찰과 연계한 생활지도. 자칫하면 학생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등록이 될 판이다. 문제가 있을만한 학생을 경찰에 명단을 넘겨 경찰이 관리하게 한다. 무슨 경찰 국가도 아니고? 갑자기 "멋진 신세계"란 소설이 생각나고, 한 번 매겨진 등급은 영원히 간다, 한 번 찍힌 문제아는 영원한 문제아다도 아니고, 또 "1984"가 생각나고... 나는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심지어는 생각까지도.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 그리고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청소년들을 낙인 찍어서 어쩌겠다는 건지...

 

민들레에서는 이런 대책들이 실효성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학교 폭력에 대한 대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먼저 폭력 학교부터 변해야 한다. 학교 폭력이 학생들간의 폭력만을 이야기해서는 안되고, 교사들에게서 가해지는 유형, 무형의 폭력들과 학교라는 구조가 가하는 유, 무형의 폭력, 그리고 공부라는, 진학이라는 거대한 폭력이 가하는 위협을 제거할 때만이 학교 폭력은 해결된다고 한다.

 

배움의 공동체를 말하는 사토 마나부 교수는 학생들이 배움의 자세를 갖추면,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자연히 폭력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배움의 자세를 지닌다는 것은 나와 남, 그리고 세상을 읽을 수 있는 눈을 지니고, 나와 다른 존재들을 또다른 나로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닌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학생들이 이런 눈과 자세를 지닌다면 학교라는 존재는 이미 구조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폭력 학교가 사라질테니. 학교 폭력도 사라지게 되겠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책만을 좇아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정말로 학교의 본분을 찾아주는, 그래서 교사도 학생도 행복해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과 교사가 행복하면 학부모도 행복해질테고, 이러면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행복해진다는 얘기 아닌가?

 

학교 폭력, 근시안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되, 가해자 역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접근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가해지는 폭력의 구조(교사든, 학교든, 정부든, 아님 부모든)를 파악하고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른 글들도 읽을거리가 많다. 그리고 생각할거리가 많다. 차분히, 꼼꼼하게 읽으면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